좋은 말씀/기독교개혁신보컬럼

화살표 인생 /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새벽지기1 2020. 10. 26. 06:37

 

2002년 11월 13일

 

저는 언제부터인지 신문을 볼 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보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면에 있는 종합주가지수의 등락현황을 알리는 화살표(↑↓▲▼)입니다. 제가 버릇처럼 이 화살표를 보게 된 이유는 주식투자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목회적인 측면에서입니다. 성도들 중에는 이 화살표의 오르고 내림에 따라 신바람이 날 때가 있고 때로는 울상이 되기도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화살표의 방향대로 성도들처럼 희비의 감정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코스닥과 나스닥지수의 포인트의 급등을 그려보곤 합니다.

 

저는 이런 인생을 화살표 인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즉 화살표 인생이란 인생의 기쁨이 화살표의 방향에 좌우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는 화살표인생들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 대책과 관련하여 강남 및 수도권의 토지 거래 허가 구역 주민들은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강북 뉴타운 후보 지역의 주민들은 후끈 달아오른답니다. 즉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가의 변동률과 땅값 상승률을 알리는 화살표는 강남은 울고 강북은 웃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년초 대비 연말 전세가 변동율 추이라든지 원달러 환율이나 금리를 알리는 화살표는 가진 자나 빚쟁이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화살표 인생들은 경제에만 있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한 각 영역마다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의 인기도와 지지율의 변동을 알리는 갤럽조사의 수치는 각 후보에게 희비의 감정을 실어줍니다. 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얼마후면 성적을 알리는 이 화살표 때문에 울고 웃을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미인들도 허리사이즈나 몸무게의 변동수치 때문에,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의 키를 알리는 화살표 때문에, 심지어 교통란이 심한 교차로 앞에서 길게 늘어져 좌회전을 기다리는 바쁜 운전자들에게도 화살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런가하면 교회에서도 지난주 출석 통계와 헌금액수의 등락 때문에 마음이 동하는 목회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화살표가 이렇게 인생의 많은 영역에서 희비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표지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숫자와 행복의 감정과는 분명히 상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곧 인생의 행복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연상의 커플이 유행이랍니다. 그들의 한결같은 외침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화살표는 숫자의 높낮이를 가르치는 표시이지만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잣대(Canon, 헬라어로 벽돌공의 다림줄, 기능공의 틀이나 막대를 뜻함)는 아닙니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경로당의 노인이나 이제 막 인생을 출발한 선교원의 아이들도 모두가 동일하게 웃을 권리가 있고 누릴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백화점에 가보면 허리사이즈 24이하의 청바지보다 24를 넘는 바지를 더 찾기 쉽더군요. 양장을 육육을 입던 칠칠을 입던 면티가 LX든지 L든지 가격에는 차이가 없더군요.

 

수은주의 화살표가 0이하를 알리는 계절이 올 때 두 종류의 삶을 생각해봅니다. 하나는 온도계와 같은 인생이고 다른 하나는 온도 조절기와 같은 인생입니다. 온도계와 같은 인생은 주변환경을 마음 그대로 나타낼 뿐입니다. 그러나 온도 조절기와 같은 인생들은 환경이 자기들을 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화살표 인생들은 오늘도 온도계와 같이 화살표에 얽매여 살아가지만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온도 조절기와 같이 주변상황을 조정하며 화살표에 기쁨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말입니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4:12). 그래도 이 화살표를 잊지 못하시겠다면 이것을 영적 바로 미터로 사용해보세요. 예배 횟수가 줄고 기도 시간, 성경 읽기는 줄고 죄와 교만은 증가할 때 애통해하거나 슬퍼한다면 문제가 없겠죠. 올림 화살표는 위를 즉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표시이고 내림 화살표는 땅을 즉 인생의 부족함을 바라보라는 것으로 이용된다면 천국을 소유하며 어떤 형편에서도 하나님의 위로와 복을 받을 것입니다(마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