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30일
연인이 변해 가는데는 다섯 단계가 있답니다. 가령 여자가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릴 때 연애 초반기에는 ‘약 지어왔어 자기야, 헉…헉’ 이러다가 진행기가 되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흑…흑’ 그럽니다. 과도기가 되면 ‘그러게 왜 그렇게 싸돌아다녀’, 권태기 때는 ‘야, 야! 음식에 콧물 떨어지잖아’, 말년기가 되면 ‘아까 네가 입댄 컵이 어떤 거냐?’ 이런 답니다.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데 그 변덕스러움이 특히 겨울에 심하답니다. 한 온라인 미팅전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33%가 겨울철에 애인과 헤어졌다고 답했다며 겨울은 연인들에게 위기의 계절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변심의 계절! 맘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길을 고집하던 두 대통령 후보가 이제는 어깨동무 친구가 될 판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게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후보 단일화가 가능해지는 것을 보면 역시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386세대 중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던 젊은이가 갑자기 당을 저버리고 훌쩍 떠났습니다. 그를 좇던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닭 쫓던 개처럼 멍해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크게 놀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평생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고 자부했던 정치 선배님들도 광주학살과 유신으로 집권한 자들과 손잡고 정권 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면 사실 당을 옮기는 것쯤은 별 일도 아니겠죠. 변심은 정치지도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게도 있나봅니다. 오뚜기 정치인이라 불리던 한 정치인도 자신의 지역기반인 민심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또한 그가 총애하던 의원들이 그의 수하를 벗어나려는 변심 때문에 이제 정치 파산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변심에는 지도자나 그를 따르는 민중이나 모두가 한 통속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누가, 어떤 지도자가 변심 때문에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라는 노래를 부를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철새 정치인들을 보면서 또한 변심하는 연인들을 보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그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셈이죠. ‘구스 인이 그 피부를 표범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있느뇨 할 수 있을진대 악에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렘13:23)’는 성경 말씀처럼 변심에 익숙한 정치인에게, 연인에게 일편단심을 기대하는 것은 표범의 반점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변심에는 신자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아니라면, 신자도 이런 육신의 지배를 받게되는 날이라면 우리도 주님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 본성의 힘으로는 주님을 향한 일편단심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어느덧 달력도 마지막 잎새를 남겨둘 판입니다. 한 해를 출발할 때에는 남을
따뜻하게 해주던 불덩이 신앙이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신앙의 권태기를 지나 말년기로 접어들어 다른 사람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숯덩이 신앙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즈음 신자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주님께서 보내주신 에베소교회의 편지를 들추어봅시다(계2:1-7).
그 교회는 열심히 구제하고 봉사하는 교회였습니디. 그리고 인내하는 교회였습니다. 정통성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두란노 서원이 있고 부리스길라와 아굴라와 같은 훌륭한 부부성경교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으로부터 첫사랑이 식어졌다는 책망을 받았습니다. 첫사랑은 처음에 예수를 믿을 때 가졌던 마음입니다. 복음에 대한 감격과 감사의 마음입니다.
에베소 교회의 수고는 이런 첫사랑에 근거한 수고가 아니라 습관으로 인한 수고였습니다. 그들의 인내는 주님으로 공급받는 인내가 아니라 그저 참아내는 곰과 같은 끈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다시 첫사랑의 회복을 권고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일향한 신앙을 가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얼마후면 교회마다 새해 일군을 모집하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멀찍이 도망치려는 변심으로부터 벗어나고 첫사랑을 회복하는 일향한 주님의 제자들이 교회마다 많이많이 있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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