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10일
겨울이야기입니다. 한 신학교에서 불우이웃 돕기를 위한 찬양집회를 하였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 찬양팀과 그 외의 멤버들이 뒤풀이로 파티를 열었는데 그 파티는 다름 아닌 뷔폐식당에서 건하게 먹는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찬양집회를 하지말고 한끼 굶어 성금을 모았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나더군요. 신학생들의 문화는 배보다 배꼽을 더 사랑하는 문화인가봅니다.
오월의 이야기입니다. 석탄일을 알리는 연등이 아파트입구에서 시작하여 대로변 양쪽으로 길게 그러나 아주 촘촘한 간격으로 걸려있습니다. 어느 절의 석탄일을 알리는 불교문화의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등은 석가모니의 자비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연등에 사용된 돈으로 실직자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면 참 지혜롭다는 말을 들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문화 역시 배꼽이 배보다 더 큰 문화인가 봅니다.
사월의 이야기입니다. 부활의 영광을 알리는 부활절. 이번에는 월드컵이 개최되는 주 경기장인 상암축구경기장에서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문화를 이용해서 부활절이라는 복음을 알리자는 것이 목적이었겠죠. 그 준비와 수고의 땀방울… 그러나 사전에 우려했던 것처럼 부활의 참 의미를 되새기기보다 월드컵 사전 홍보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평이 앞섰습니다.
“월드컵에 의한 월드컵을 위한 부활절”처럼 입장식부터 체육인들과 정치인들이 나섰고 행사중간에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퇴장해 버렸답니다. 경기장 빌린 돈으로 계란 삶아서 달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면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신세대들은 만 원짜리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천 원짜리 컵라면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문화처럼 최근의 기독교 문화가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 문화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를 해봅니다.
혹자는 말할 겁니다. “문화를 경제라는 잣대로 봐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면 남는 것은 살벌한 생존뿐이겠죠?” 물론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그 결과와 상관없이 활동자체로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마치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 앨범을 메우기 위해서 찍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일등상과 관계없이 어린 자녀들의 발표회를 적극 밀어주는 이유처럼 기독교문화는 흥행이나 결과에 최종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화가 대외행사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문화 자체로 종교를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문화가 곧 종교를 이해하는 코드가 된다는 말입니다. 가령 영화나 TV를 통해서 전달된 특정한 이미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가 상상에서 실재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조폭영화를 경계해야할 이유는 영화를 봄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 얻어진 감정의 농축액을 삶의 구석구석에 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거짓사회를 박살내고 싶은 충동이 곧 ‘두사부일체’라는 부정적 윤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사람들이 월드컵 경기장에 다시 올 때 ‘기독교와 부활’을 생각하기보다는 ‘기독교와 경제와 정치와의 미묘한 삼각 관계‘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회의 대외행사는 영적인 진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존중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대외행사뿐 아니라 기독교 코드로 인식될 만한 모든 것들 가령 자동차 뒤에 붙이는 물고기 표시라든지, 고급주보 및 전도용 인쇄물과 선물들, 성경에서 빌려온 이름과 각종 상호들, 교회 차량, 교회 건축물, 성탄절의 화려한 트리와 네온싸인 등이 기독교의 고장난 나침반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즉 기독교가 어떤 문화라는 옷을 입고 나설 때는 거울 앞에 선 십대처럼 더욱 예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또 다시 절기가 온다면 그때는 기독교가 폄하되지 않도록, 아니 기독교를 단지 ‘선전’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진리를 고스란히 ‘선포’하는 능력이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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