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찬미예수
2016년은 병신년으로서 원숭이가 우대받는 해였다. 그래서 올해 회갑을 맞는 사람을 보고 나를 포함하여 병신육갑(丙申) 한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곤 한다. 이 말은 천간(十天干)의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와, 십이지지(十二地支)의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를 예순 가지로 차례로 배열해 놓은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말한다.
이 말은 또한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몹시 경망스럽게 말하거나 몸을 놀릴 때 조롱하는 말로 '병신육갑 떤다.'고 한다. 이 말을 한자로 쓰면 '病身六甲'이 된다. 혹 이 말의 어감이 장애우를 지칭하는 나쁜 뜻의 비속어가 아니길 바라지만, 여기서 병신(病身)과 병신(丙申)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육십갑자에 따라 인생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환갑(還甲)을 맞은 셈이다. 이쯤 되면 직업 일선에서도 물러나 퇴직을 하는 시기이다.
욕설 아닌 욕설 같은 사자성어 내지 고사성어는 얼마든지 있기에 이참에 그중 하나만 소개해 본다. 고대 중국의 당나라 때, 한 나그네가 어느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한 농부가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의 뒤에 서서 자꾸만 가혹하게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을 본 것이다. 계속해서 지켜보던 나그네는 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하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그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쉬임 없이 부려야 다른 생각을 먹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의 말을 놓고 가타부타 언급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이 불쌍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긴 장탄식과 함께 한마디를 내뱉었다 한다. "아! 시벌로마"(施罰勞馬) 훗날 이 말은 후세 사람들에게 이어져 주마가편(走馬加鞭)과 뉘앙스는 약간 다르지만 못된 직장 상사들에게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한다.
김삿갓의 한시(漢詩)는 참으로 유명하며, 그의 글은 해학과 윗트가 넘치는 문장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한 가지만 소개하면 그가 쓴 글의 족자가 어느 집 벽에 떡 걸려있는데 그것을 소리 나는 대로 읽다보면 민망해지는 싯구다.
자지(自知)면 만지(晩知)고 보지(補知)면 조지(早知)라
이 말은 스스로 알고자 하면 깨달음이 늦고, 도움을 받아 알고자 하면 일찍 그 깨우침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병신년에 일어났던 역사적 큰 사건들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936년에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했고, 1476년에 연산군이 태어났으며, 1536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태어났다. 발해 건국, 고려 통일 등 역사상의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병신년이다. 이 외에도 얼마든지 병신(病身) 같은 일만 아니라면 두고두고 기억해도 좋을 일들이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어느덧 병신년의 한 해도 빠르게 흘러 이젠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2017년은 정유년으로 닭이 홰를 치며 비상하는 해다. 정유년하면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생각난다. 병신(丙申)년에 태어났던 도요토미 정권이 1597년 8월에 병신(病身) 같은 짓을 저질러 조선에 엄청난 피해와 살상을 저질렀다. 임진왜란의 정전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재차 조선을 침공했던 사건은 한국인의 가슴에 깊이 깊이 아픔으로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국내외적으로 혼란의 격랑이 일고 있다. 삼랑진 뒷기미 나루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병신굿(病身춤)처럼 이익만을 좇는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에 맞서는 민초들의 저항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몸짓이 신명나는 춤사위와 더불어 새벽을 깨우는 저 홰치는 소리처럼 힘차게 들려오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신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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