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조병수교수

사람이 되라 (딤전 3:2b)

새벽지기1 2016. 10. 20. 06:23


누구에게나 만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수년전의 일이 되고 말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목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진다. 그는 돈 빌려쓰고는 갚지 않고, 남의 이름을 팔아 제 이익을 챙기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잘 되가는 모임을 파투로 만들고, 절친한 친구사이에 이간질하고, 등뒤에서 욕하며 다니고, 남의 물건을 제 것인 냥 마구 사용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치기가 일수였다. 그에게서는 자기를 절제하는 모습이라든가 언행에 조심하는 자세, 또는 단정한 생활이란 것은 정말로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도 바울이 제시하는 감독의 자격을 보면 괜히 입안이 씁쓸해진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감독이 될 사람에게 절제와 근신과 아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딤전 3:2b). 물론 사도 바울이 교회지도자의 직분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믿음과 경건 이런 것들을 모두 전제적으로 생각했을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느닷없이 절제와 근신과 아담을 제시하는 것을 들으면 가슴이 움찔 찔린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쉽게 지나쳐 갈 수 있는 것들을 사도 바울은 꼭 집어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 세 단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교회지도자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절제와 근신과 아담은 사실상 모두 동의어라고 보아도 크게 잘못되지 않을 것이다. 이 단어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기본적인 뜻은 말짱한 정신을 가지고 총명한 마음으로 단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이 단어들은 노인이 나이가 들어도 정신이 흐려지지 않도록 깨어있는 것 (딛2:2), 젊은 여자들이 이것저것에 한눈을 파는 일이 없이 총기를 유지하는 것(딛 2:5), 여자가 옷매무새를 잘 갖추어 반듯하고 우아한 자세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딤전 2:9). 이런 모습에서 노인은 노인으로서의 고상함을 나타내고,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우아함을 간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왜 사도 바울은 교회의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자격으로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지도자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이 말로써 사역보다 인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성품보다 기능을 더 중시하는 시대의 풍조가운데서는 사도 바울의 생각이 얼마나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인품이 훌륭하면 작은 사역이라도 큰 효과를 일으키고 인격이 더러우면 큰 사역이라도 별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지도자를 세우려고 할 때는 능력을 시험해볼 것이 아니라 인품을 시험해보아야 한다.

사람이 되지 않은 채로 일군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그런 인물은 무엇인가 지식을 배우면 교만해지고, 무엇인가 재주를 익히면 우쭐해지고, 무엇인가 지위를 얻으면 거드름을 피운다. 송아지 못 된 것은 엉덩이에 뿔이 난다는 속담이 조금도 그르지 않다. 인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지식은 살상무기가 되고, 그의 재주는 절도기술이 되며, 그의 지위는 학살현장이 된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제시하는 이렇게 간단한 진리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주위에서 얼마나 쉽게 독일의 히틀러와 캄보디아의 폴포트를 만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됨됨이를 갖추
지 못할 때 우리 자신이 너무나도 쉽게 히틀러와 폴포트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교회를 돌보아야 할 감독의 자격을 설명하는 난에 절제와 근신과 아담이라는 세 단어를 적어 넣은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감독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수년 전에 만났던 그 불량한 목사는 사실상 나의 가슴 속 깊이 숨어있는 본질의 자화상에 불과하다. 어거스틴의 말대로 나 자신이 나에게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 사람이 되지 않고 목사가 되어있는 우리가 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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