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사람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중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그것은 믿음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독교 신앙은 삶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비-문화적 혹은 탈-문화적이지 않다. 그것은 성경의 진리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신앙의 성격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대회’ (ICOWE) 이후에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 대회는 빈곤과 인권의 문제와 더불어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였다. 그 후 1989년 필리핀에서 세계복음주의자들은 ‘마닐라 선언’을 통해 ‘총체적 복음을 총체적 세계에 선포할 것을 재확인’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택한 것은 그들을 통해 온 인류에 대한 자신의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많은 사람을 위해(for many) 이 땅에 왔고 인류를 죄악에서 구원하였듯이, 교회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따라서 만일 교회가 그 자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머물고 만다면 그것은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믿음의 공동체가 사회 풍조를 따라가면 신앙의 세속화에 이른다. 그러나 하나님 형상이 회복된 공동체는 오히려 사회가 성경적 가치관에 바탕을 둔 삶의 원리를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와 정의가 강같이 흐르고 사람으로서 갖는 품위와 존엄성이 인정되며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게 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이 선지자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믿음의 공동체가 국가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오히려 그 국가 권력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사되도록 비판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 권력의 본질이 섬김이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한 책임이다.
창세기 1장 28절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피조물들을 다스리는 권한을 갖는다. 여기서 다스린다는 것을 위계질서 관계로 보는 이들이 있다. 하나님이 사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사람보다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듯이, 사람이 다른 피조물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사람이 그것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자연을 사람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그래서 생태학자 린 화이트(Lynn White)는 사람이 자연을 무절제하게 이용하여 황폐하게 한 책임이 바로 자연을 정복하라는 이 성경 말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고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어긋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하나님이 지었다. 따라서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이것은 그 모두가 주인인 하나님의 뜻에 따라 쓰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쓰임 받게 하는 청지기의 사명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카알 헨리는 ‘다스리라’는 말을 이 땅을 성별하여 하나님과 사람의 영적인 목적에 쓰임 받게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권력이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남을 돌아보고 섬기는 책임이다. 국가 권력은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섬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 형상이 회복된 사람의 공동체는 국가 권력이 인류의 보편 가치가 실현되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방향으로 행사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이것이 바른 믿음의 실천이다.
하나님 형상이 회복된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주되심이 실현되는 공동체가 되도록 사회를 변혁시켜 가는 구체적 길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이루어가는 공동체가 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본을 보여 주는 것이다.<계속>
...복음신문....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조직신학 교수...신 현 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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