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의식 있는 군인들이 온 유럽을 불바다로 만든 미친개 같은 전쟁광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뒤 독일교회 신문에 실린 글이다.
“무시무시한 날이었습니다. 결사적이고 용감한 우리 군이 조국을 지키고 최후 승리를 얻기 위해 고투하고 있건만, 한 줌밖에 안 되는 극악무도한 장교들이 야망에 사로잡혀 무시무시한 범죄를 감행하고 총통을 시해하려고 기도했습니다. 총통은 목숨을 건졌고, 입에 담기도 싫은 재앙이 우리 국민을 비껴갔습니다. 이 일로 우리는 마음을 다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총통이 이 가장 힘든 시기에 수행하며 해결하려고 하는 중대한 과업에 원조와 도움을 베풀어 달라고 온 교회와 함께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본회퍼의 전기 중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어찌 목사와 교인이라는 자들이 이같이 분별력이 흐려질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기독교가 기존의 정권과 야합하여 제국의 시녀역할을 하면 얼마나 마귀적인 종교로 둔갑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나치정권 아래서 수많은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들먹이며 국수주의의 명분을 내건 히틀러에게 충성을 서약하거나 악마적인 불의에 대해 침묵하는 보신주의로 일관했다. 본회퍼를 비롯한 극소수의 목사와 신학자들만이 끝까지 항거하였다.
이것이 과거 독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 안에도 이런 위험성은 다분히 내재되어있다. 젊은 목사와 신학자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깨어서 이 시대의 거센 풍조에 결연히 맞서는 투철한 저항정신을 배양하지 않으면 기독교가 자본주의 제국과 은밀히 결탁하여 어용종교로 마귀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젊어서 이 세대를 날카롭게 진단하는 통찰력을 갖추지 못하고 이 시대에 순응하여 자기 업적이나 쌓고 자기 이름 내기에 급급한 소인배들은 별수 없이 그런 부끄러운 전철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나이 들수록 분별력이 흐려지고 몸을 사리느라 엄연한 불의 앞에서도 더 이상 짖지 못하는 개들이 될 것이다.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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