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2일째인데 아직도 11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팽목 항에는 그들의 가족이 3달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과 인내의 한계를 초월한 비통함의 극치를 맛보고 있다. 아직도 이 비극은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사건이 종료되기라도 한 듯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매일 팽목항의 소식이 궁금하여 뉴스시간마다 TV 채널을 모두 돌려봐도 JTBC 뉴스9을 제외하고는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들을 수 없다. 방송국마다 월드컵 독일 우승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민족적 비극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한다. 이는 방송사들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국민을 선도하는 진정한 헤럴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정부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이라는 거창한 수습 안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그동안 모든 문제의 단초가 유병언에게 있다고 보고 그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여 사태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이 비극이 서서히 사람들의 망각의 세계에 묻히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정부가 이번 참사를 제대로 막지 못했으면 사태 수습이라도 확실하게 해서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피 맺힌 가슴에 한 가닥 위로라도 안겨주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더 이상 버틸 기력도 없을 그들이 단식농성까지 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들과 함께 350만이 넘는 국민들이 이를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단일 이슈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은 드문 일인데, 부디 이런 국민의 염원이 정치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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