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망가짐의 역설

새벽지기1 2016. 2. 19. 06:31

망가짐의 역설


집회를 인도할 때 자주 겪는 곤혹스러움은 여러 번의 설교 중 한번쯤은 죽 쓴다는 것이다. 거기서 내 실력이 드러난다. 그리고는 말씀이 잘 풀리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이 청중들에게 더욱 명확해진다. 나의 망가짐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나는 내가 비참하게 망가지는 것이 끔찍하게 싫다. 유난히도 병든 자의식이 강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과 자존심이 형편없이 꾸겨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나는 여전히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내 알량한 위신이 깎이는 것을 더 염려하고 두려워한다. 내 사역에 주님의 은혜가 끊어지지 않고 항상 충만하여 내가 찌그러지는 일이 전혀 없이 항상 높아지고 영광받기 원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항상 높여주는 은혜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주님을 영화롭게 하는 은혜이며 그러기 위해 간혹 그 영광을 탐하는 부패성을 안고 있는 우리 안에서는 시듦으로 역사한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 지경이니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언제나 여기서 온전히 자유할꼬. 그러나 나의 망가짐으로 인해 주님의 은혜가 더 드러나고 주님께만 영광이 돌아간다면 이 쓴 잔을 기꺼이 마셔야 하지 않을까.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에서 좀 더 자유할 수 있기를...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