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말에서 드러나는 영혼의 민낯

새벽지기1 2016. 2. 15. 15:12


요즘 그 입 좀 닥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국민들의 마음이 힘들고 심란한데 거기에 초를 붓는 것 같은 망발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상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망언이 목사라는 자들의 입에서 나와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그러니 목레기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사회의 총체적인 부패와 부실함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더러운 밑창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 말로 사람을 그렇게 속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말에서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부끄러운 영혼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주님도 입에서 나온 말에서 그 사람됨이 드러난다고 하셨다. 사람이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고 하셨다(마 12:34-35). 우리 안에 쌓인 것, 우리 마음에 가득한 것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동안 우리 안에 형성된 인격과 가치관과 판단력과 영성과 경건이 우리말에 담겨 나온다.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 인격의 총화가 말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 영혼의 얼굴이 말을 통해 그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어떤 이의 말에서는 아름답고 순결한 영혼의 얼굴이 보이는 반면에 어떤 이의 말에서는 더럽고 추한 영혼이 보인다.


우리말이 우리 영혼을 드러낼 뿐 아니라 교묘히 위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말로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으로 미화하는데 익숙하다. 성경말씀과 온갖 경건의 제스처와 웅변으로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은폐하고 순진한 영혼들을 속여 선한 지도자인양 자신을 미화하는데 달인인 자들이 교회의 지도자 행세를 하기도 한다. 


과거 바리새인들이 그런 자들이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항상 하나님의 율법과 선한 말이 흘러나왔지만 그런 경건의 언어들은 그들의 악한 욕망을 위장하는 가면의 기능을 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율법과 경건이 종교적인 야망과 권력과 명예와 온갖 기득권을 누리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향해 주님이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혹독하게 비난하셨다.


주님은 선하고 경건하게 보이는 외관을 꿰뚫어보는 혜안으로 그들의 거짓과 위선을 파헤치심으로 그들을 격분케 하였고 그들과 원수가 되셨다. 성령의 지혜와 통찰이 있는 사람은 종교적인 가면 뒤에 숨어있는 영혼의 얼굴을 분별한다. 그 마음과 영혼의 얼굴을 아무리 감추고 위장하려 해도 결국 드러나고 만다. 


잘 계산되고 정리된 말보다 깊이 의도하지 않고 내뱉은 말에서 오히려 그 사람의 참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서 주님께서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12:36). 여기서 무익하다는 말은 게으른, 비활동적인이란 뜻이다. 이는 깊은 사고 없이 내뱉는 말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에서 우리의 참된 인격이 드러난다.


이번에 망언을 한 목사들은 참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말의 실수를 한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말 실수한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오랫동안 쌓인 것들이 결정적으로 표출되었을 뿐이다. 그 사람의 인격과 영적인 실력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법이다. 지금까지 성령을 따라 세속에 물들지 않는 거룩함과 순결함을 좇은 목사라면, 온 국민이 실의와 혼란에 빠진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그 안에 쌓인 올곧은 인품과 사리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지혜와,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축적된 것이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민족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을 위로하며 선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보다는 이 세상의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을 따라 목회성공과 영광을 정신없이 좇아온 목사들 안에 쌓인 것이라고는 왜곡된 신앙관과 종교적인 야망으로 일그러진 인격과 의식이니 세상 사람들도 경악할 정도의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설교의 전체 내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말만 트집 잡는다고 하는데,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서로 맥이 통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자신을 얄팍하게 포장하는 상투적인 경건의 언사 중에 자신의 참된 얼굴을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 처참하게 훼손되어 무너져가는 기독교의 이미지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침몰을 고하는 사인이다. 그런 목사들을 따르며 두둔하는 교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참담함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그들이 그리스도를 어떻게 배워왔으며 얼마나 왜곡된 복음을 듣고 가르침을 받아왔으면,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상식과 분별력조차 없는지를 보며 깊은 비애와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교회의 선생으로, 목사로 살기가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맞이하였다.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