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정체
부패한 인간 안에 아직 어떤 순수함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한 방울의 눈물일 것이다. 눈물은 서로의 진심이 전달되는 유일한 창구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물 앞에서 약해지고 숙연해진다. 우리가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인간됨의 마지노선은 자신이 흘리는 눈물에서만은 거짓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눈물 앞에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순전한 마음을 교묘히 이용하여 불순한 목적을 꾀하는 것보다 사악한 일은 없다. 인간 진실의 마지막 보루인 눈물이 자신이 처한 궁지에서 벗어날 최후의 수단으로 간교하게 이용될 수 있다. 얼마 전 어떤 비리를 저지른 대형교회 목사도 이런 교활한 회개의 제스처로 교인들의 감상주의를 최대한 이용하여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찾는 비열함의 극치를 드러냈다.
이번 박대통령의 눈물도 연출 가능성이 의심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눈물의 순수함을 믿고 싶다. 그러나 비록 박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며 감정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그렇게라도 해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될 다급한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은 그 진정성이 의심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만 봐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눈물의 위력을 알 수 있다. 박대통령이 진작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었으면 훨씬 더 자연스러울 뻔하였다. 차라리 그런 눈물은 속으로 삭히고 좀 더 냉철하게 사태를 수습하며 사회적인 대개혁을 추진해가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규명과 해결책을 강구함보다 단순히 해경을 해체해버리는 것은 너무도 극단적이고 무모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런 식으로 문제가 있는 조직을 처리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해체해야 할까.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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