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의 침몰은 우리 민족사에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사건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에 분수령을 이루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 사회의 총체적인 부패와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난 마당에 이 나라가 더 이상 전과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이 나라는 대변혁이냐 아니면 완전한 몰락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번 참사는 이전의 다른 사건들처럼 시간이 좀 지나면 잊히고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온 국민이 받은 충격과 상처와 고통은 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땅과 하늘과 그 안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사건이다.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부패하고 무능한 이 나라 정부와 기성세대는 침몰하고 온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무능과 죄책을 조금이라도 더는 길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이 같은 불행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이번 사태를 보며 마음에 끓어오르는 울분과 비통함과 답답함을 토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국민들의 심정을 십분 헤아려야 한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한 자신들과 정부를 보며 비분강개하지 않는다면 어찌 인간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을 향해 심장이 없는 도인이라도 되라는 듯이 잠잠하며 감정을 자제하라는 조언만큼 비정하게 들리는 말은 없다.
이런 참담한 사건을 보면서도 분개할 줄 모르는 국민에게는 소망이 없다. 그러나 한없이 슬픔과 분노에만 사로잡혀 자책하며 비난만 하고 있어서는 이 나라는 더 깊은 파멸의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모두들 힘들겠지만 이제는 분노를 좀 더 건설적인 채널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한 맺힌 비애와 원통함을 승화시켜 우리 자신과 이 사회를 새롭게 하는 개혁의 의지로 불태워야 할 때이다. 그것이 이 땅에 살아있는 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구해주지 못한 죄 값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며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먼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낸 현 정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뼈를 깎는 자체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 봐서는 이 정부에 그런 변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박대통령의 발언에서부터 그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자신이 말한 문책의 첫 번째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인가. 어린 학생들도 할 수 있는 상식 수준의 판단과 사고를 어찌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러니 어떤 시인이 “지금 나는, 500여 명의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세월호 선장의 태도와 50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자세가 놀랍도록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심각한 공포감을 느낀다.”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지도자는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에게는 이런 모습마저 보이지 않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심히 염려스럽다. 박 대통령 주위에는 그녀가 꼭 들어야 할 고언을 해 줄 사람들이 그다지도 없다는 말인가. 이 시점에서 박대통령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것은 그녀를 위해서나 이 나라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측이 서로 편 가르기 할 때가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부끄럽고 죄송한 나라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 함께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이다.
이번 참사에 대한 문책은 이 정권의 맨 꼭대기서부터 시작해야지 별로 힘도 없는 무리들만 모든 책임을 지는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가장 혹독한 비난의 칼날을 자기 자신에게 들이대 통렬하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권력의 핵심부위에서부터 부패를 척결해나가는 근본적인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성난 백성들을 진정시킬 수 없으며 이 나라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사태로 드러난 언론사들의 한심한 작태는 국민의 실망감을 배가시켰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규명해주며 이 민족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는데 투신하는 진정한 헤럴드의 역할을 저버린 지 오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거의 똑같은 보도만을 반복하며 청취자들을 답답하고 짜증나게 할 뿐, 국민들이 정작 들어야 할 사안은 함구한다. 정부의 무능함과 박 대통령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있는데도 다들 몸을 사리는지 그런 예민한 문제를 지적하는 우리 언론은 드물다. 어떤 방송사는 못난 선장과 선원들의 과오와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 씨의 비리만을 주구장창 보도하며 마치 희생양을 잡는데 앞장서는 어용 역할을 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어찌하여 모진 탄압과 압제 아래서도 민족의 충직한 언로 역할을 했던 언론사들이 이같이 권력의 충견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부디 이번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언론사들까지도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열매를 맺게 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소원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찌 선장과 청해진 해운과 정부에게만 있겠는가. 나를 비롯한 모든 기성세대는 이에서 자유하지 못하다. 우리 부패한 기성세대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데 일조한 죄인들이다. 그동안 이 사회가 경제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되어 온통 돈과 물질, 권력과 허영을 쫓다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인간됨의 가치와 생명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이 구현된 사회를 이루는데 처절하게 실패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인간의 생명보다 경제적인 이윤과 효율성을 앞세우는 이 사회의 총체적 부패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우리 기성세대의 탐욕과 허영이 집단적으로 응축되어 빚어낸 냉혹하고 살벌한 경쟁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비인간화하는 무한 경쟁의 교육제도 속에 몰아넣어 고통 받게 한 것이다. 학업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그들에게 잠시 숨 쉴 여유라도 주어야 할 수학여행이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참사로 돌변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압축판인 셈이다.
끝으로 크리스천이며 목사로서 이 민족의 정신과 영혼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이 사회에 샬롬이 강처럼 흐르게 하여 정의와 평화가 구현되게 하는데 앞장서야 할 나 자신과 한국교회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나와 우리 교회가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수와 성장과 돈과 건물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느라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더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 아닌지 통렬한 자성과 회개가 있어야 하겠다.
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부조리의 한복판에는 나와 같은 탐욕스러운 목사와 한국교회가 산출해낸 속물스러운 그리스도인들이 포진해있다. 세상신은 개인의 죄만이 아니라 사회의 제도적인 모순과 악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나를 선두로 하여 우리 보수교회는 개인의 죄만을 지적한 채 이 사회의 거대한 구조적인 악과 불의에 대해서는 선지자적인 사명을 소홀히 해왔다. 우리는 과거 군부정권이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는데도 그 천인공노한 악행을 방관하는 죄를 범했다. 우리 교회는 그 뼈아픈 과오를 거울삼아 지금부터라도 약자와 국민들의 편에 서서 힘 있는 자들의 권력의 남용과 부패에 항거하는 목소리를 발해야 하겠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 부활의 생기와 샬롬이 깃들게 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총체적으로 부패하고 부실한 나와 우리 교회와 대한민국호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깨끗하고 건실한 대한민국호로 부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고귀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박영돈 목사님의 페이스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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