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여정/4. 나의 삶 이야기

윤두혁목사님을 뵙고

새벽지기1 2015. 6. 2. 15:43

 

몸은 천근 만근...

마음은 깊은 상념에 빠져들고...

눈을 감을 수 밖에...

 

아주 특별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고 출발해서 한여름 무더위를 몰고 돌아왔다.

7시간이 넘게 고속도로를 달렸고,

오가는 동안 자동차 성능을 시험이라도 하듯 추월을 허락치 않았다.

아마도 무의식 속에서 달렸나보다.

중부내륙고속도로변의 아름다운 산하를 감상하기도했지만

순수한 여행을 떠난지가 언제였을까 돌이켜보기도했고,

잠시 구미를 지날 때 옹재친구를 생각하기도 했다.

 

어제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대구에 계시는 어르신의 소식이었다.

연로하신 가운데 그간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으신터라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조리곤 했다.

더구나 얼마전 그 분의 꿈을 꾸었다 하면서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이가 있었고

최근들어 부쩍 그 분의 생각이 자주 났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었다.

짧은 통화였다.

좀 좋지 않으신데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사모님의 말씀이셨다.

밤을 지내는 동안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날이 밝기 전에 출발했던 것이다.

몇차례 다녀 온 곳이지만 왠지 낯선 곳 같기도했다.

 

그 이른 새벽이었지만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는 것이었고,

도로 사정이 이렇게 좋아졌구나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도했다.

해뜨는 시간을 오랜만에 의식하기도했고

내비게이션의 성능이 뛰어남을 새삼스레 인식하기도했다.

경북대병원에 들어설 때에는 맘의 조급함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지금 어느 곳에 계실른지...

사실 어젠 경황이 없어 자세한 얘기를 듣지 못했었다.

그저 내일 급히 찿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황망히 전화를 끊었었다.

안내에게 어디 계신가를 확인하는 순간 조금은 맘이 놓였다.

일반 병실 이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그 전에 있었던 기억이 새롭게 되새겨졌다.

의식이 희미하셨던 어느 날

나를 만나면 의식이 새롭게 되실 거란 기대로 나를 찿으셨던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내내 의식이 희미하시다가 내가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벌떡 일어나셔서 나를 수시간 기다리시다가 내가 초인 종을 누루자 반가히 맞아주셨던 일이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어떤 모습이실까? 얼마나 상태가 좋지않으시면 그런 전화를 하셨을까?

나를 알아보기는 하실까?

5분여가 그렇게 길며 그 시간에 나의 머릿속을 스쳐간 상념들은 얼마련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병실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또 한번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의자에 걸터 앉으셔서 환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시는 어르신의 모습은 마치 천사와도 같았다.

어제 저녁 까지도 의식이 희미하셨었고

담당의사의 소견으로도 한계상황이라는 얘기들 들은 상황인지라 모든 가족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하게 맞아주시는 사모님의 모습 속에서도 세상 어디에서 이런 평화로운 모습을 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짧은 1시간여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 사이 여러차례 주사와 약이 투여되었고 산소 호흡기도 여러번 고쳐매었다.

그러나 그 어르신은 자신이 지금 환자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으신 듯 했다.

힘은 없지만 또렷한 의식 속에서 마치 유언이라도 하시 듯 나의 손을 놓지 않으시고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그리고 마무리 하시 듯...

'아마도 이렇게 우리가 손을 잡는 것은 마지막 일 듯 싶네...'

'그러나 나의 맘은 참으로 평안하다네.

나의 하나님께서 나의 이 세상의 삶을 마감시키시고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실게 틀림없네...'

이어 유언과도 같은 기도로 마무리하셨다.

무엇보다도 나의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데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 그간 받은 사랑의 빚을 갚도록 하겠다고는 약속도 되새겨보기도했다.

 

지금도 그 평안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의 떠나오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그 사랑의 눈길이 나의 맘 깊은 곳에 박혀있다.

나의 믿음의 사표요 삶 표본이신 그 분은 분명 나의 삶 가운데 함께하시리라...

그리고 나의 2-3십년 후의 모습도 생각해본다.

죽음을 앞두고 그렇게 평안가운데 삶을 정리하는 그 분의 모습을 닮을 수 있을까?

오늘 꿈 속에서라도 그분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께 그 분과 함께 하시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