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가 실시된 이후 오랜만에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며칠전 작은 딸과의 약속으로 모든 스케줄을 사양.
새벽시간에도 여전히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상황.
교통체증을 피하기위해 가능한 한 일찍 출발하자는 약속을 했을뿐...
6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늦게 출발.
목적지는 의외로 간단히 결정되었다.
얼마 전 우리 친구들과 같이 찾았던 삼림박물관.
나로서는 다목적 여행.
물론 은혜(작은 딸)에겐 너와의 나들이라 말했지만.
예외없이 가는 길은 험난 그 자체.
그러나 오랜만의 딸과의 나들이인지라 다소간 마음의 여유로 가벼운 마음.
물론 아침 식사는 생략하고,
생각인 즉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있는 걸 골라먹는 재미를 계획하고.
아마도 추석 성묘까지 겹쳤다는 사실은 출발한 후 한참 지나서야 알았고,
오산이 지나서야 비교적 수월한 상황.
안성휴게소에서 안성 인삼곰탕과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장시간의 여행을 위하여 연료도 가득 채우고.
정안을 나와서는 그야말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상황.
마음의 여유와 도심을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과
길가의 코스모스를 즐기며
휴게소에서 산 쥐포를 즐기고,
은혜의 미래의 의지도 들어보고...
밖의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고 있었지만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
10시 가까이가 되어서 그 곳에 도착,
그러나 박물관에 바로 가지 않고
박물관 맞은 편에 있는 주택단지에 잠시 들르기로.
지난번 친구들과 찾았을 때 왠지 그 곳을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기 때문.
약80여가구가 들어선 전원주택단지였는데 오래전에 분양하였고
지금은 20여가구의 집이 들어섰고 여기저기 공사 중.
관리인을 만나 궁굼증을 해결하고...
그러나 분양조건을 알아보고 괜히 물어보았구나 후회도 하고...
무주택 조건은 해당하지만 분양가격은 머리를 극적이게 하고...
그러나 그 곳에서 삼림박물관을 바라보니 마음의 평온함과 함께 잘 와 봤구나 하는 생각이...
삼림박물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같이 했을 때 거닐었던 그 코스로.
그러나 그 때 남았던 꽃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은혜는 디카로 열심히 풍경을 담고.
장송들과 유난히 벗하고.
마침 분수도 은혜를 반기는 듯 뽐내고.
길가의 야생초에 더 마음이 가는 듯.
마침 산바람이 피로를 씻어주고.
내년을 기다리가 아쉬운 듯 세월을 거부하는 장미들을 디카에 담고.
은혜 앞에 폼도 잡아보고.
마침 장애우들과 함께한 자원봉사자들의 따스한 모습이 아름답기도.
그들의 얼굴에 피어오른 옅은 미소는 아름다움 그 자체.
그런데 나를 담은 디카는 어떻게 되었나?
외출하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은혜가 돌아오면 물어봐야 되겠다.
점심식사는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동학사로 직행.
식사는 어디서 무얼 먹을까 묻는 은혜에게 쉽게 대답.
공주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파전으로.
왠지 주말 치곤 한가하기만.
넓은 식당 전세내고.
친절한 아줌마는 파전에 감자전(?)을 써비스.
담에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 산책행.
올라갈 때의 부담으로 멀리는 가지 못하고.
취포와 먹거리를 간단히 사고
매표소까지 다녀오자하고 얘기하는 중 10분도 못되어 도착...
마치 더 가야할 곳이 없는 양
매표소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먹거리를 다 해치우고.
약수 한사발로 목를 축이고 하산(?)
33년전 이 곳을 가끔 찾아왔던 기억이 새롭고.
그 젊은 시절엔 무슨 일로 세상 모든 짐을 홀로 진 듯 했을까?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듯.
다만 여기저기 출입통제용 철조망이 눈에 띌 뿐.
내려오는 중 길가 모퉁이에서 햇밤을 파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경비에게 들킬세라 연신 두리번거리시고.
다가가니 조용히 속삭이신다.
한되에 3천원이라고.
그런데 그 양은 조금전 농협에서 팔고 있는 것과 비교를 해보면 아주 적은데...
은혜의 눈길에 못이겨 얼른 값을 치루고 도망치듯...
동학사를 뒤로 하고 서울행.
친구들과 같이 머물렀던 여관을 옆으로 하고,
경국이의 핸드폰 분실사건도 기억나고.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없는 그 매운탕 집도 지나고.
그러나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은 큰 요동이 치듯 바쁘기만 하다.
그 젋은 시절의 상념들에 휩싸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서울 가는 길이 어떠할까? 지레 걱정도 하고..
열심히 달리다 보니
말을 주고 받으며 햇밤을 건네주던 은혜의 침묵에 돌아다 보니 꿈나라.
갈 때만큼이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시간의 개념이 정지된 듯,
가을을 더욱 익어만 갔다.
이번 짧은 여행은 은혜와의 여행이었지만,
우리 33친구들과 동행한 여행이었다.
추석 때는 좀 더 여유롭게 친구들과 같이 했음 좋겠다.
또 다른 핑게가 없길 바랄 뿐.
친구들아! 풍성한 가을을 즐기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