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겨자씨칼럼 250

꾸미는 사람 가꾸는 사람

꾸미는 사람 가꾸는 사람 “꾸미는 사람,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에 치중한다. (중략) 가꾸는 사람, 그는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내면’에 집중한다.” 김겸섭 저(著) ‘사랑이 위독하다’(토기장이·212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꾸미는 사람이 있고 가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꾸미는 사람은 외면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고, 가꾸는 사람은 내면에 중심을 두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부패하는 음식이 있고 발효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지식도 부패하면 독선이 되고, 발효하면 지혜가 됩니다. 사람도 그러합니다. 꾸몄던 사람은 점점 부패해 저물어 가고, 가꾸었던 사람은 발효해 여물어 갑니다. 머리채가 아름다웠던 다윗의 아들 압살롬은 내면을 선하게 가꾸지 못한 채 반역을 일으킵니다. 결국 그 아름다운 머리채 때문에 ..

버러야 타오른다

버러야 타오른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시인 도종환의 시 ‘단풍 드는 날’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생의 고통은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버리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많은 것을 얻은 자가 아니라 의미 없는 것을 버린 자입니다. 어리석은 새는 반짝이는 건 무엇이든 주워 모으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주워온 쇳조각들로 둥지가 엉망이 돼도 말입니다. 아무리 수려한 샹들리에로 집을 꾸며도 그 샹들리에 위에 쓰레기가 얹혀 있다면 쓰레기집이 됩니다. 빛나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버려야 할 쓰레기를 걸치고 품고 다니면 쓰레기 인생이 됩니다. 버리..

타인의 불행

타인의 불행 “낚시꾼들이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언제인지 아는가?(중략)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낚시꾼이 큰 고기를 잡았다가 놓쳐버릴 때’라고 한다.” 하우석 저(著)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리더스북, 36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머리 아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불량한 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구입니다. 내가 힘써 이룬 “앗싸!”도 좋지만, 남이 넘어질 때 느끼는 “고소하다!”도 통쾌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우리는 분명 불량자들입니다.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책’에는 이 유명한 가문이 지켜 온 가훈이 나옵니다. 그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 싼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이웃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이웃의 불행을 내..

말(言)이 말(馬)보다 많구나

말(言)이 말(馬)보다 많구나 “전하, 지금 성안에는 말(言) 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 또한 말(馬) 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김훈 저(著) ‘남한산성’(학고재)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병자호란! 병자년에 청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말(言)이었습니다. 힘도 없으면서 명에 대한 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청나라를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진족이 정묘년에 쳐들어 왔을 때도 조선은 별 대항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적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言)은 다시 기세등등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여진족이 청나라를 세워 다시 쳐들어 왔습니다. 그래도 말(言)이 많았습니다. 성안의 말(言)들이 성 밖 청나라 말(馬)들보다 더 괴로운 일이..

그리운 사람 무서운 사람

그리운 사람 무서운 사람 “쓸데없는 소리 말라 산이 산을 그리워하던가 된장이 된장을 그리워하던가 양파가 양파를 그리워하던가 사람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 김지하 시인의 시 ‘두타산’에 나오는 싯구입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 시에 이렇게 화답했다고 합니다. “산이 산을 무서워하던가. 된장이 된장을 무서워하던가. 양파가 양파를 무서워하던가. 사람만이 사람을 무서워 한다….” 옛 어른들은 밤길을 가다가 짐승을 만나면 훈기(薰氣)가 있는데, 사람을 만나면 한기(寒氣)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참 무서운 건 짐승도 귀신도 아니라 사람이라는 겁니다. 너무나 아이러니합니다. 사람만큼 그리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실망도 사람 때문에 오고, 희망도 사람 때문에 옵니다. 죄성 가득한 사람..

아픔이 만드는 음악

아픔이 만드는 음악 “탁구공아, 몸집이 작다고 움츠러들지 마라. 덩치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상처 꿰맨 자국이 울퉁불퉁 남아 있는 야구공, 가슴에 구멍이 세 개씩이나 뚫린 볼링공, 이놈 저놈의 발에 차여 늘 흙투성이인 축구공(중략), 몸집이 클수록 상처도 크고 능력이 클수록 고민도 크고 곳간이 클수록 외로움도 큰 거란다.” 정철 저(著) ‘한 글자(허밍버드, 36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옹이 없는 모과 열매는 없듯이, 모두 저 마다의 아픔과 상처가 있습니다. 작은 덩치는 그 만큼의 아픔이, 큰 덩치는 몸집만큼 아픔도 큽니다. 그런데 참 역설적인 것은 세상의 곱고 아름다운 소리는 모두가 상처 입은 몸을 통과하면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철사 줄로 칭칭 동여맨 몸 선을 때려 소리내는 피아노, 가슴에 구멍을 내..

버린 것도 열매 입니다

버린 것도 열매 입니다 “나는 삼백 가지의 꿈을 꾸고, 이백아흔아홉 개는 버렸습니다(중략) /그런데 나를 만드는 건 바로 기어코 이룬 한 개의 꿈이 아니라 /그 이백아흔아홉 개의 덧없이 버려진 꿈이었지요.” 장석주 저(著) ‘마흔의 서재’(한빛비즈·145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루고 행한 것뿐만이 아니라 버린 것도 열매입니다. 주님 때문에 내려놓은 자존심, 욕심, 나의 옳음, 시기, 복수심, 과거, 집착, 허영, 이기심 등은 또 다른 열매입니다. 버려야 열리는 세계가 있습니다. 봄에 지는 꽃은 여름을 위한 내려놓음입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이파리를 버려야 겨울을 납니다. 석공이 작품을 위하여 돌을 쪼아내듯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깁니다. 바울 사도는 예수님..

복수, 용서, 무시

복수, 용서, 무시 “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지만 더 강한 사람은 무시를 하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著) 전미연 역(譯) ‘잠1’(열린책들, 75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아픔을 준 사람에게 복수를 해도 가슴이 후련하지 않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악순환의 시작일 뿐입니다. 용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모두 죄성이 가득하기에 완벽한 용서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앙금이 남습니다. 기회만 얻으면 아픔은 다시 되살아납니다. ‘무시’가 제일 좋습니다. 무시란 업신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에 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주님이 내게 주신 것에 집중할 때 아픔을 마음에 담지 않고 달려갈 수 있습니다. 다윗이 그러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대결하려 할 때, 맏형인 엘리압이 힘을 돋우..

형님의 의미

형님의 의미 어떤 사람이 새 자전거를 닦고 있는데 한 아이가 다가와 슬며시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자전거 비싸요?” “잘 모른단다. 이 자전거는 우리 형님이 주신 거야.” 그러자 아이는 부럽다는 듯 “나도…”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자전거 주인은 당연히 “나도 그런 형이 있어서 이런 자전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몸이 아픈 내 동생에게 이런 멋진 자전거를 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어요.” 늘 도움을 받는 동생이 되고픈 사람이 있고, 도움을 주는 형님이 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더 많이 받지 못했다고 늘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맛난 음식이 있으면 동생..

마술사의 마지막 훈수

마술사의 마지막 훈수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어느 청년 엿장수가 있었습니다. 최상의 엿장수가 되기 위해선 뭔가 튀는 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술사를 찾아갔습니다. 모진 훈련 끝에 마술을 전수받았습니다. 모든 과정을 마친 날, 마술사 스승은 제자 엿장수를 앉혀 놓고 결정적인 마지막 훈수를 해줬습니다. “네가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 그렇습니다. 내가 먼저 타오르지 않는 한, 남을 타오르게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영혼을 싣지 않는 일에 이웃은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어주질 않습니다. 내가 먼저 웃어야 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시는 그 시를 쓴 시인이 먼저 감동 속에서 시를 써야 가능합니다. 가장 능력 있는 설교는 설교자 자신이 먼저 하나님 말씀을 받은 확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