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힘 빼기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4. 3. 06:27

힘 빼기

 

힘 빼기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테니스 구력 35년이 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테니스에 견주어 설명하는 게 좋겠다.

테니스를 잘하려면 다음의 십계명에 유의해야 한다.

1) 기본기를 정확하게 익힐 것

2) 일정한 기간에는 구장에서 살다시피 할 것

3)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할 것

4) 팔만 휘두르지 말고 몸 전체를 쓸 것

5) 공이 오는 길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할 것

6) 공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끝까지 볼 것

7)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

8) 하수와 게임할 때도 최선을 다 할 것

9) 고수와 게임할 때도 주눅 들지 말 것

10) 마지막으로 힘을 뺄 것

 

가장 중요한 항목을 선택하라면 6번이다.

이게 쉽지 않다.

초보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른 분들도,

오히려 익숙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을 대충 본다.

나 역시 지금도 게임을 하는 중간에

‘볼을 봐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주문하다.

그게 잘 안 되기 때문이다.

 

10번 ‘힘 빼기’도 아주 중요하다.

이게 실제로는 6번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모든 항목이 힘을 빼는 것과 다 연결된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힘을 무조건 빼는 게 아니라

뺄 때와 넣을 때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윙의 전 과정에서 힘이 없으면

공이 나가지 않는다.

임팩트 순간에는 힘이 강할수록 좋다.

 

설교의 힘 빼기를 말하려고 하다가

공연히 테니스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

이상하다.

나는 테니스 이야기만 나오면 교만해진다.

뭔가를 잘 아는 것처럼 떠든다는 건

힘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제 나이도 들고 했으니 테니스를 겸손하게 대해야겠다.

 

설교에서 힘을 뺀다는 말은 청중들을 감동시켜야겠다는,

우리 식으로 말해 은혜를 끼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청중들이 자신의 설교에 감동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

설교자가 빠지기 쉬운 시험이다.

그런 욕망이 앞서다보니 힘이 들어가게 되고.

청중들이 감동받을만한 이야기를 찾게 된다.

한국교회 설교에 예화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감동적인 설교가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스피치 능력도 필요하다.

문제는 인위적으로 설교 행위를 과대 포장하는 데에 있다.

힘 빼고 그냥 말씀의 호흡에 나 자신을 맡기면서

일년 동안 설교 사역을 감당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