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삶(6)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9. 07:15

삶(6)

 

오늘 생후 4개월 된 아기를 보았다.

대략 3시간 쯤 옆에 머물렀다.

그 사이에 150-180 씨씨 정도 되는 우유를

두 번이나 마셨다.

그 마시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옆에서 보고 있던 나까지 저절로

삶의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저래서 젖 먹던 힘을 낸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저 아이는 지금 삶의 힘에 사로잡혀 있기에

주변 세계에 대한 불안도, 의심도, 걱정도 없다.

무엇을 마시는지,

무엇을 먹는지, 입는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없다.

그런 것 자체를 모른다.

오직 살아있음에만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저 아이는 자유롭다.

배고프거나 졸리면 찡그리고,

기분 좋으면 웃고 발버둥을 친다.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가치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직관적으로만 대하기에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아이처럼 되는 게 아니겠는가.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주변 세계로부터의 영향을 적게 받고

하나님의 생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저 아이처럼 세상을 살 수는 없다.

흙탕물에서 싸우듯이 작동되는 세상이기에

아이의 방식으로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저 아이처럼 삶을 대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그것은 또한 삶의 완성이리라.

 

사족: 저 아이와 나 사이의 60년이라는 세월은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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