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6)
오늘 생후 4개월 된 아기를 보았다.
대략 3시간 쯤 옆에 머물렀다.
그 사이에 150-180 씨씨 정도 되는 우유를
두 번이나 마셨다.
그 마시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옆에서 보고 있던 나까지 저절로
삶의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저래서 젖 먹던 힘을 낸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저 아이는 지금 삶의 힘에 사로잡혀 있기에
주변 세계에 대한 불안도, 의심도, 걱정도 없다.
무엇을 마시는지,
무엇을 먹는지, 입는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없다.
그런 것 자체를 모른다.
오직 살아있음에만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저 아이는 자유롭다.
배고프거나 졸리면 찡그리고,
기분 좋으면 웃고 발버둥을 친다.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가치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직관적으로만 대하기에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아이처럼 되는 게 아니겠는가.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주변 세계로부터의 영향을 적게 받고
하나님의 생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저 아이처럼 세상을 살 수는 없다.
흙탕물에서 싸우듯이 작동되는 세상이기에
아이의 방식으로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저 아이처럼 삶을 대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그것은 또한 삶의 완성이리라.
사족: 저 아이와 나 사이의 60년이라는 세월은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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