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조에 따르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 여기에 ‘하나’라는 부정관사가 생략되어 있다. 정확하게 번역하면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를 믿는다고 해야 한다. 니케아신조에는 ‘사도적’이라는 단어도 포함된다. 사도신조와 니케아신조나 똑같이 교회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보편성, 즉 공공성은 교회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더 나가서 그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될까? 오늘 한국교회는 교부들의 신학적 영성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도대체 교회가 무엇인지를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회의 개혁을 아무리 외쳐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오늘 한국교회에는 보편성, 공공성이 아니라 사유화가 만연해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일례로 한국교회에서 목사 세습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담임 목사를 둘 수 없을 정도로 약한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칭찬을 받을 수 있겠으나 대개는 중대형교회에서 일어난다. 교회의 공동성을 파괴하는 교회의 사유화다.
요즘은 교회 이름을 ‘우리들 교회’로 붙이는 교회도 나타난다. 한 개인이 교권을 독점하지 않는 교회를 지향한다는 뜻이 있겠지만 사유화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이름이다. 교회는 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교회의 주인이 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사유재산의 증식을 통해서 작동되는 자본주의를 빼닮았다. 그런 교회를 어떻게 ‘공회’, 즉 공적인 교회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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