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진보 측 인사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많다는 소식을 그대도 들었을 거요.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 민노당을 비판했소. 이에 대해서 울산지구당 차원에서 경향신문 절독 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고, 민노당 대표 이정희 의원은 “(북한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고 밝혔소. 이정희 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김기협 역사학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등이고, 반대하는 이들은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과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그리고 진중권 씨와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요. 이정희 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생각이 아니고, 반대한다고 해서 똑같은 강도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요.
위의 여러 논객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오. 그저 어쩌다가 눈에 뜨인 그들의 짧은 글만 읽었을 뿐이오. 그런 몇 편의 글로 그분들의 모든 생각을 평가할 수 없소. 다만 느낌 정도로만 말하면 홍세화 기획위원의 글은 왠지 호감이 안 가오. 뭘 말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적지 않소. 아마 그의 계몽적인 글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오. 진중권 씨의 글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오. 손호철 교수의 글도 가슴은 없고 머리로만 쓴 흔적이 여실하오. 모두 한가락 하는 논객들이신데, 그분들의 글이 왜 내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가오. 나는 이정희 의원의 생각과 글에 동조하오. 이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요.
목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을 거요. 신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나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북한 문제에서는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소. 다비아에 이런 글을 올리면 점수를 잃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소. 남북문제는 기독교 신앙이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오. 요즘 다비아 <말씀묵상>이 열왕기를 다루고 있소.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문제에 대해서 성서기자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예언자들은 모두 자기 민족의 운명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한 이들이오. 우리가 구약을 기독교 경전에서 제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예언자 영성을 놓치지 말아야 하오. 지금 남북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우리 민족의 미래도 크게 달라지는 게 분명하다면 목사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소.
교회에서 벌어지는 목사의 세습을 비판하는 당신이 북한은 비판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소? 그건 다른 문제요. 교회의 세습은 주로 대형교회에서 이루어지오. 아들이 그 교회에서 목사직을 세습하지 않는다고 해도 교회가 망하지 않소. 거기에 목사로 오려는 사람은 쌔고 쌨소. 북한 체제는 지금 생존의 위기에 서 있소. 말하자면 깡촌의 미자립교회와 비슷하오. 그런 곳에 목사로 가려는 사람이 없소. 그런 교회에서 세습이 이뤄졌다고 해서 대형교회의 세습과 동일한 잣대로 비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그리고 다음을 구분해서 보시오.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른 거요. 북한 주민들 외에 도대체 3대 세습을 지지할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소? 나쁜 일이라고 해서 그걸 노골적으로 말해야만 하는 건 아니오. 그걸 말해서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소. 여기 철부지 딸을 둔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보시오. 딸이 사생아를 낳았소.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소. 잔소리로 해결이 된다면 해야겠지만, 아무 소용이 없을 때, 아니 잔소리로 인해서 딸이 다시 가출하고, 아이도 키우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답은 분명한 거요. 딸이 다시 반복해서 사생아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오. 딸과 완전히 의절하고 살겠다면 모르지만 그걸 인정한다면 다른 길이 없으니 말이오.
나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노콤멘트라 말하겠소. 그대는 나에게 가타부타 말하라고 강요하지 마시오. 한반도에서 북한 체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지혜를 모아봅시다. 이런 나의 생각이 혹시 ‘종북주의’요? (2010년 10월11일, 월, 구름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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