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이번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될지 모른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꿈이 좌절되었소. 스웨덴의 한림원은 지난 7일 페루 출신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4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서 발표했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사는 게 팍팍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소. 박경리 선생님이 생존해 있을 때 혹시 그분이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소. 지금은 고은 시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니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소.
고은 시인이 마지막 순간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오? 그분의 시재(詩才)나 업적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거요. 번역의 문제가 핵심이오. 우리의 시를 서양언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시원치 않거니와 번역했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오. 시어를 완전히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오. 우리만의 정서를 한글의 고유한 뉘앙스로 담아놓은 시를 영어나 독일어로 번역을 할 수 없소. 스웨덴 한림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이 한글로 된 고은의 시를 읽을 턱이 없을 거고, 영어로 번역된 시를 읽었을 텐데, 그게 얼마나 전달이 되겠소? 소설은 그래도 좀 낫지만 시는 안 되오. 시를 번역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런 자원이 우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하오.
이번에 일본은 두 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하오.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일본 사람이 17명(?)이 된다 하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하나요. 노벨상이 국력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은 되오. 이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17:1은 별로 기분 좋은 통계가 아니오. 일본은 기초과학에서 뛰어난 학자들이 많다 하오. 이에 비해서 우리는 머리 좋은 청년들이 사법고시로 가거나 의대로 가고 있소. 이런 점에서 기초과학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없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국의 교육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그것도 뭔가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오. 그 사람이 뭐를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략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오. 내년에는 고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소. (2010년 10월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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