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15)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5. 05:30

거룩한 이름(1)

 

     주기도의 구체적인 첫 간구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이오. 고대인들에게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소이다. 그 사람의 전체 인격과 권위를 담보하는 것이오. 여기서 ‘당신의 이름’은 바로 하나님의 권위를 가리키오.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다는 말은 그 권위가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란다는 뜻이라 할 수 있소. 이것은 십계명의 삼 계명과 상통하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이런 구절을 실감나게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소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소. 하나는 우리에게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신앙적인 용어와 우리 삶의 용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오. 두 가지 이유가 다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두 번째 사실만 조금 더 설명하겠소. 그것이 우리의 신앙생활 전반에 연관되기 때문이오.

 

     지금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비종교적인 세계요. 아침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교적인 것과는 거의 상관없이 지내고 있소. 여기 젊은 어머니가 있소.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족을 위해서 아침밥을 짓소.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오. 걱정도 많소. 남편이 직장에 잘 붙어 있을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말이오. 주택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시댁과 친정의 대소사를 챙겨야 하오. 이런 일들은 종교적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진행되는 세속적인 것이오. 이런 일상이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이런 일에 완전히 빠져 있다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부를 수는 없소. 하나님 나라도, 칭의와 종말도 거리도 너무 멀리 있소. 이렇게 살다가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오. 찬송, 기도, 성경봉독, 설교, 성찬식을 따라가오. 어떤 일이 벌어지겠소? 이들의 영혼은 물과 기름처럼 예배와 완전히 따로 놀 수밖에 없소. 예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오. 온갖 다른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예배를 드리오.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요즘은 예배에 온갖 종류의 퍼포먼스가 실행되고 있소. 청중들을 감각적으로 자극하는 거요. 이와 달리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도 있소. 그들은 주일만이 아니라 거의 매일 교회에 나가오. 집에서도 성경읽기와 기도를 쉬지 않소. 겉모양만 본다면 아주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오. 그들이 성서의 세계에 들어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소. 종교적인 형식을 삶에 밀착시키려고 노력하는 거지만 그들의 경우도 역시 물과 기름이오. 전자의 사람들이나 후자의 사람들이나 신앙과 삶의 일치는 찾기가 어렵소.

 

     이런 문제를 가장 예민하게 생각한 신학자는 디트리히 본회퍼요. 기독교의 자리를 인간의 원초적인 종교성에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소. 이 종교성은 신의 도움으로 불행을 면하고 삶의 조건들을 확장시키려는 태도를 가리키오. 기복신앙이라고 말하면 잘 전달될 거요. 이런 신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자동응답기의 신이오. 본회퍼는 그런 신앙을 미몽이라고 보고 있소. 성숙한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하나님을 찾을 수 없다는 거요. 본능적인 종교성이 아니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하오. 그것은 세속의 삶을 가리키오. 본회퍼의 비종교화를 기도, 찬송, 예배 같은 종교의식에 대한 거부라고 생각하면 안 되오. 기독교 신앙과 삶의 일치를 강조한 거요.

 

     위의 설명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성서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과 경건 생활에 길들여지는 것을 구별해야 하오. 이것이 무엇인지는 그대가 잘 알 것으로 보고, 긴 말 하지 않겠소. 한 마디만 하겠소. 음악 경험이 있는 사람의 노래와 그것 없이 기술에만 떨어진 사람의 노래가 다른 것과 비슷하다오.(2010년 8월3일, 화, 구름과 시원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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