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예배자가 나타나다 (창4:17-26)

새벽지기1 2024. 4. 18. 06:22

해설:

4장 16절과 17절 사이에도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습니다. 가인이 결혼할 아내를 만난 것은 아담과 하와를 통해 자손이 번성한 후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5장 3-5절에 의하면, 아담은 구백삼십 년을 살았는데, 백서른세 살부터 자녀를 낳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백년의 시간이면 한 부부를 통해 태어난 자손들이 큰 마을을 이룰 정도로 번성합니다. 

 

가인은 “에덴의 동쪽 놋 땅”(16절)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놋’은 ‘떠돌아 다님’이라는 뜻입니다. 가인의 실존 상태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그는 아내를 얻어 결혼한 후에 비로소 정착합니다.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고, 가인은 그를 에녹이라고 이름 짓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착을 영구화 하기 위해 도시를 세우고 아들의 이름을 붙여 줍니다(17절). 

 

18절은 에녹에게서 라멕에게 이르는 족보입니다. 성경의 족보에서 사용되는 “낳고”라는 말은 반드시 부모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낳고”라는 표현으로 수대를 뛰어 넘기도 합니다. 

 

이름만을 나열하던 저자는 라멕에게서 멈추어 자세히 설명합니다. 라멕은 두 아내를 둡니다(19절). 이 사실을 통해 저자는, 죄가 증폭되어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망가진 결과 중 하나를 보여 줍니다. 죄는 결혼 제도까지 왜곡시킵니다. 라멕은 두 아내에게서 세 아들을 얻습니다. 저자는 그들에게서 인류의 문화와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전합니다. “장막을 치고 살면서, 집짐승을 치는 사람의 조상이 되었다”(20절)는 말은 유목 문화를 가리키고, “수금을 타고 퉁소를 부는 모든 사람의 조상이 되었다”(21절)는 말은 예술 문화를 가리키며, “구리나 쇠를 가지고, 온갖 기구를 만드는”(22절) 것은 물질 문명을 가리킵니다.

 

인류가 발전시켜 온 산업과 예술과 문명은 인간의 실존적인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라멕은 세 아들을 통해 도시를 번성시키고 세력을 얻자 기고만장하여 거침 없이 악을 행하고 그것을 자랑삼아 떠듭니다(23-24절). 인간의 죄는 물질 문명을 낳고, 물질 문명은 인간의 죄를 더욱 증폭시킵니다. 죄의 악순환이 점점 심해지는 것입니다.  

 

아벨이 죽은 후에 아담과 하와는 아들을 얻고 셋이라고 이름 짓습니다(25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이후에도 아담과 하와는 계속 자녀를 낳았습니다. 셋은 자라서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에노스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저자는 “그 때에 비로소, 사람들이 주님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기 시작하였다”(26절)고 적습니다. 가인의 자손들이 거대한 도시를 세우고 산업과 예술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을 때,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묵상:

죄의 결과 중 하나가 불안입니다. 죄는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분을 떠나는 것입니다. 피조물인 인간 존재의 뿌리는 하나님에게 있습니다. 나무가 대지에서 뿌리 뽑히는 것 혹은 물고기가 물에서 건져내어 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죄를 선택한 인간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을 떠남으로 인해 인간은 우주의 미아가 되어 버린 것이고, 그것이 존재론적인 불안의 원인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범하고 나서 “에덴의 동쪽”(3:24)에 거주합니다. 가인은 동생을 죽이고 나서 “에덴의 동쪽 놋 땅”(4:16)으로 도피합니다. 여기서 “에덴의 동쪽”이라는 말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상태에 대한 비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죄로 인해 하나님에게서 멀어져 있었는데, 가인은 동생을 죽이고 나서 더 멀리 도피했다는 뜻입니다. 가인이 정착한 땅의 이름 놋은 ‘떠돌아 다님’이라는 뜻입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을 떠난 사람은 불안을 안고 살게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가인은 존재론적인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세웁니다. 그가 세운 에녹 시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에덴 동산과 대비됩니다. 에덴 동산은 모든 필요가 채워져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안식과 만족과 평안이 있습니다. 반면, 가인이 세운 에녹 시는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 결핍은 존재론적인 불안을 더 심하게 만들었고, 가인의 후손들은 산업과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그 결핍을 해결하려 합니다. 결핍이 해결되면 불안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강해집니다. 깊어지고 강해진 불안감은 더 크고 흉악한 죄로 비화합니다. 죄로 인해 인간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 즈음에 그 불안감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예배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물질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에 희망을 두고 살 때,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 했습니다. 비록 에덴의 동쪽에 살고 있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을 찾고 예배하여 다시 그분 안에 뿌리를 두려는 노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