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우주와 생명의 시작(창 1:1-25)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4. 9. 05:48

해설:

“태초”(1절)는 우주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최초의 시점 즉 하나님께서 창조 활동을 시작하신 시점을 가리킵니다. 이에 비하면,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는 “태초 이전의 태초” 즉 시간이 창조되기 이전의 영원 시점을 가리킵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하나님은 처음도 끝도 없는 영원하신 분입니다. 그분께서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하나님의 창조가 “무로부터의 창조”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하지만 1절과 2절을 보면 하나님의 창조 행위 이전에 “땅”과 “어둠”과 “물”이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의 창조는 이미 존재했던 물질 세계에 행한 일이었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창조 활동 이전에 존재했던 물질 세계는 악한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단도 있었습니다. 1절과 2절은 3절 이하에서 서술된 창조 활동 이전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3절 이하에 서술된 창조 과정에 대한 짧은 요약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무로부터 온 우주와 생명을 창조하셨다고 보아야 옳습니다. 첫 두 절은 카메라의 앵글에 우주 전체를 담고서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고 선언하는 장면입니다.

 

3절부터 카메라는 앵글을 좁혀 지구와 그 주변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육일 동안 진행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루”가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24시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에게 24시간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일 수 있으므로 24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태양이 넷째 날 창조되었다는 것(14-19절)을 감안한다면, 첫째 날에 생겨난 빛은 태양빛과는 다른 빛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4절)는 말도 태양을 중심으로 계산하는 24시간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첫날 생겨난 빛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추측해 볼 단서가 성경 안에 있습니다. 요한은 세상 모든 것이 ‘그 말씀’(성자 하나님)에 의해 창조 되었다고 하면서 ”창조된 것은 그에게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요 1:4-5)고 했고,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오신 것에 대해서는 “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요 1:9)고 했습니다. 요한계시록에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 묘사하면서 그곳에는 “해나 달이 빛을 비출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그 도성을 밝혀주며, 어린 양이 그 도성의 등불이시기 때문입니다”(계 21:23)라고 쓰여 있습니다. 따라서 첫째날의 빛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발산된 빛입니다. “빛이 있으라”는 말은 “빛이 비치라”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빛은 모든 존재의 근거입니다. 이어지는 창조 작업에서 하나님은 어떤 구상을 하고 그대로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의도하시고 명령하시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내공이 강한 사람들 중에는 무엇인가를 의도하는 것 만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에게도 부분적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전능하신 하나님은 더 더욱 그러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구 환경과 대기 환경을 조성하신 다음에 그 안에서 살아갈 온갖 생명들을 창조하십니다. 이 창조 과정을 깊이 들여다 보면, “빅뱅우주론과 생명진화론이 창조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발전시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묵상: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추산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응축된 미세한 한 점에서 폭발이 일어나 지금의 우주로 팽창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주는 지금도 매우 느린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속한 은하계 안에는 최소한 1천억 개의 행성이 있고, 태양계와 같은 은하계는 1천 7백억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주 안에 존재하는 항성과 행성의 수가 10만조 개 이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관측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 정도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이 드러날지 모릅니다. 우주의 규모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행성들 중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은 지구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주의 기본 상태는 죽음입니다. 모든 것이 죽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합니다. 생명이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억 가지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우주 안에 모든 것이 죽어 있는데 오직 지구만이 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어느 공간에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행성이 있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 이내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항성과 행성이 있는데도 생명체를 가진 행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가장 유력한 이론인 빅뱅우주론과 생명진화론은 우주의 움직임과 생명 현상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시작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다만, 우주와 생명은 우연히, 저절로 존재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우주와 생명이 어떻게 우연히 시작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무한에 가까운 우주의 나이를 이유로 듭니다. 지금의 우주와 생명체가 우연히 생겨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그것이 무한대의 시간 동안 반복되다 보니 제로에 가까운 확률이 실현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컴퓨터의 부속품을 상자 안에 넣고 그 상자를 흔들어서 우연히 컴퓨터로 조립되어 작동하게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흔드는 일을 무한히 반복하다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른 생각하면 그럴 듯 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상자 안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다면, 영겁이 지나도록 흔들어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가 우연히 생겨날 확률은 제로입니다. 무신론 과학자들은 창조자를 전제하지 않아도 우주와 생명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무신론 과학자들은 “어떻게 창조자를 상상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떻게 창조자 없이 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