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빌라도의 재판(1)(막15:1)

새벽지기1 2024. 3. 13. 06:11

'새벽에 대제사장들이 즉시 장로들과 서기관들 곧 온 공회와 더불어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주니'(막15:1)

 

마가복음 기자는 이미 앞에서 예수님을 심문한 당국자가 대제사장들을 중심으로 한 산헤드린 공의회라는 사실을 지적했는데,(막 14:53,55) 새로운 단락을 시작하면서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에 산헤드린 공의회의 책임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생각이었겠지요.

 

산헤드린은 예수의 심문을 ‘새벽’에 끝냈습니다. 끝장토론처럼 밤새도록 의견을 나누었다는 뜻일까요? 여기에 연루된 사태가 좀 복잡해 보입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앞 단락에서 두 가지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하나는 산헤드린의 심문이고, 다른 하나는 베드로의 부인입니다. 이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것이겠지요. 공의회장 안에서는 심문이 진행되고, 밖에서는 부인이 세 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본다면 이 두 사건 모두 간단해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산헤드린은 무슨 이유로 새벽에야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없을까요? 산헤드린의 심문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산헤드린 의원 중에 예수에게 유죄를 내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말이지요. 상식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산헤드린은 오늘의 대법원처럼 유대의 최고 법정입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과 양심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예수에 연관된 문제를 조직 폭력배처럼 얼렁뚱땅 다룰 수는 없었겠지요.

 

어쨌든지 그들은 새벽에 이르러서야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죄 평결입니다. 바둑에 “장고(長考)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산헤드린은 밤을 새워 논란을 벌였지만 결국 희대의 오판을 내린 것입니다. 지성과 양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진리를 꿰뚫어 볼 수 는 없었다는 말이겠지요.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라도의 재판(3)(막15:2)  (0) 2024.03.14
빌라도의 재판(2)(막15:1)  (1) 2024.03.14
베드로의 울음(10)(막14:72)  (0) 2024.03.13
베드로의 울음(9)(막14:72)  (0) 2024.03.13
베드로의 울음(8)(막14:71)  (3)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