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대제사장 관저에서(13)(막14:61)

새벽지기1 2024. 3. 6. 06:39

'침묵하고 아무 대답도 아니하시거늘 대제사장이 다시 물어 이르되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막14:61)

 

앞에서 우리는 대제사장의 세 가지 질문을 각각 짚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보충하겠습니다. 그 질문에는 그럴만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아무 대답도 없느냐?”는 질문은 단순히 침묵하신 예수님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너를 치는 증거가 어떠하냐?”는 두 번째 질문은 예수님의 생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두 질문은 차이가 있습니다. 태도에 대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커피를 마시느냐, 아니면 주스를 마시느냐 하는 것처럼 취향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생각에 대한 것은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즉 진리논쟁의 차원입니다.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는 세 번째 질문은 더 위험합니다. 진리 논쟁은 나름으로 대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각각 입장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 논리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리스도냐 하는 질문은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것은 종교재판의 차원입니다. 14-16세기에 만연했던 마녀재판을 기억해보십시오. 마녀로 지목된 여자는 재판정에서 단지 예와 아니오로 대답해야만 했습니다. 일단 찍히면 거의 모든 여자들이 죽어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대제사장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째 질문을 했다고 말입니다. 대제사장도 빌라도처럼 예수를 무작정 제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일단 심문을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처리할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네가 그리스도냐?” 하고 물었겠지요. 이건 마지막 질문입니다. 피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예수의 운명은 이렇게 어떤 방향을 향해서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