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신앙인 최인달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3. 9. 17. 05:51

    지난 주일, 우리는 7년 동안 성가대를 섬기신 최인달 지휘자님의 은퇴식을 가졌습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헤어질 때, 손님으로 오신 어느 교우께서 “목사님의 은퇴식은 어떻게 하려고 성가대 지휘자 은퇴식을 이렇게 성대하게 하십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조용히 사라질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휘자님께서는 멋지게 유종의 미를 거두셨습니다. 교회로서도 최선을 다해 그분의 헌신을 찬하 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로 은퇴하시더라도 예배는 계속 나오시라고 여러 번 청을 드렸으나, 남은 시간 동안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나가 평교인으로 섬기겠다고 하셨습니다. 사리가 분명하고 처신이 반듯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은퇴 과정을 보면서 더 높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지휘자님은 한국 음악계의 초기 지도자들 중 한 분입니다. 한동일, 백건우 같은 음악인들과 함께 활동했던 분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또한 훌륭한 신앙인이십니다. 교회 일로 그분과 통화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 “신앙인으로서 그래서야 되겠습니까?”라는 말씀입니다. 그분의 언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이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그분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섬김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교우들 중에 목사를 제외하고 교인들의 얼굴과 이름을 제일 많이 아는 분이 그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지휘하기 위해 교회에 오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교인으로서 교회에 나오셨습니다. 성가대 연습 시간 외에는 낯선 사람들을 찾아가셔서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그분이 성가대 지휘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휘자님은 아무나 붙들고 성가대를 하라고 하신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성가대원 수를 늘리기 위해서 너무 무리 하신다는 불평도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열심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얼마 전에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식사 자리에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분은 친교실에서 혼자 서성대는 사람에게 찾아가 말을 걸어야 하는데, 달리 할 말이 없어서 늘 “성가대에서 봉사해 보시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셨다는 것입니다. 혹시 성가대를 섬기시는 분들 중에 그 말씀에 속아서(?) 들어가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굳이 내려오실 일은 아닙니다.

    몸으로는 떠나 계시지만, 지휘자님은 우리 교회가 건강하고 바르고 거룩한 교회로 자라가게 되기를 바라며 계속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그분은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교회로 모여 외로워 보이는 사람 혹은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 주는 귀한 모범을 남기셨습니다. 이 귀한 모범이 우리 가운데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 교회를 따뜻한 품을 가진 교회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