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몇 가지 기억들

새벽지기1 2023. 9. 11. 07:04

교회 설립 주간을 맞아 기도와 묵상 중에 지난 세월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장면들이 제 마음의 스크린에 떠올랐습니다.

    주일 마다 3부 예배 후에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Manassas St. Thomas UMC까지 오가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지교회가 자립할 수 있기까지 담임목사가 설교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입니다. 송구 영신 예배와 새해맞이 기도회 그리고 사순절 새벽기도회 기간 중에도 담임목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여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매나싸스로 가야 했습니다. 캠퍼스 목회를 담당했던 강현식 목사님이 소 예배실에 미리 나와 히터를 틀고 음향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참, 고생스러운 시간이었는데, 행복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센터빌로 이전한 후 강현식 목사님이 건강 문제로 본 캠퍼스로 돌아오고 차영섭 목사님이 부임하셨습니다. 그 기간이 센터빌 캠퍼스의 미래에 대한 소울 서칭 기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우 가정에 모여서 밤 늦도록 기도회를 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구했습니다. 많은 한숨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지금 돌아보니 행복했던 때였음을 알겠습니다.

    와싱톤한인교회에서는 센터빌 캠퍼스를 자립시킬 계획을 세우고 차세대와 ES를 위해 류성수(David Ryu) 목사님을 모시고, 이어서 KS를 위해 윤국진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저는 6년 만에 캠퍼스에서의 설교 사역을 중단했습니다. 교회를 자립하게 만들려면 젖을 떼는 아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 교회는 한 동안 잘 성장하다가 이런 저런 갈등과 아픔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 매일 강단에서 한숨으로 기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시 겪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보니 제가 영적으로 가장 살아있던 때였음을 알겠습니다.

    센터빌 캠퍼스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두고 와싱톤한인교회 교우들과 보낸 많은 시간을 생각합니다. 한 번은 가부 간에 결론을 내자면서 새벽기도회가 끝난 후 오후 6시까지 장장 열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고, 책임 맡았던 분은 그 회의를 끝으로 사임하셨습니다. 그 때는 정말 대책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도 한 때 ‘이것이 인간적인 욕심이었나?’라는 회의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지난 16년이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유랑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처럼 우리도 앞뒤가 다 막혀 한숨 지을 때도 있었고, 괜한 고생을 사서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포기할 생각도 했습니다. 이제 보니, 그 모든 것이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감사 드립니다.

    하지만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기서 이스라엘 백성은 거룩한 제사장의 나라로 세워져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믿음의 공동체로 세워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인도하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