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인가? 규칙인가?
오래전 아버지 친구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히 아버지는 법 없어서도 살 분이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그 만큼 착하다는 것이고, 법을 어기며 사는 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인간의 역사에 법없이 존재하였던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첫 사람 아담을 창조하시고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첫 언약이라 말하는 것으로 동산 중앙에 있는 모든 과실은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먹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먹으면 죽음이 올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죽지 않을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반역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었습니다. 결국 죽음이 사람에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노아 홍수 이후에 새로운 인류에게 다시 법을 허락하셨습니다. 노아를 통하여 주신 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법이었습니다. 노아와 맺은 언약은 모든 창조물을 향한 언약이었습니다. 고기를 공식적으로 허락하시고 생명을 취한 자는 생명을 찾을 것이라는 명령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후손에게 주신 언약입니다(창9:9-10). 그리고 언약의 증거로서 무지개를 주셨습니다.
이렇듯 인류는 언약속에서 존재하였습니다. 이것이 모세를 통하여 규범적 율법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제 언약의 모습으로 십계명과 율법이 주어집니다.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게 합니다. 이때 주신 율법이 도덕법과 의식법과 시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회는 이 율법 안에서 존재합니다. 놀랍게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였던 고대 근동도 법을 가졌습니다. 대표적인 법인 바로 함무라비 법입니다. 이것은 다른 도시에서도 존재합니다. 우리가 오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지만 고대의 관점을 보면 지구는 하나로 존재하였고 대륙이 분열되고 언어가 나뉘면서 세상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바벨탑 사건에서 흩어졌던 인류의 모습이 이것을 증거합니다.
그러나 율법은 구원을 주지는 않습니다. 법은 질서를 위한 도구이지, 구원 해결을 위한 열쇠가 아닙니다. 오직 죄 문제를 해결하고 구원에 이르는 길은 하나님의 은혜에 있습니다. 은혜는 선물이라는 의미로서 예수님을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심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믿음을 갖게 하시고 고백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구원은 오직 은혜로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규칙은 의미가 없습니까? 우리가 은혜를 강조하다 보면 자칫 규칙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규칙이 사라지는 순간 은혜는 무질서로 바뀌게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규칙인 법을 주신 것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삶의 질서와 규범을 위하여 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무질서의 나라가 아니라 질서의 나라입니다. 은혜가 은혜되는 길에 규칙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규칙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권력의 도구가 되면 독재가 되고 혼란이 옵니다. 규칙은 모두의 법이지 가진 자의 법이 아닙니다. 법이 고무줄이 되어서 늘었다 줄었다하면 사회는 혼탁해지고 싸움이 벌어지게 됩니다. 결국 은혜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구원의 공동체는 무엇보다도 질서의 공동체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질서가 있습니다. 주인과 직원들의 질서가 있습니다. 선생과 제자 사이에 질서가 있습니다. 질서를 잘 지키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가 됩니다. 조금 힘이 드는 것 같아도 건강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질서가 무너지면 건강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법의 기능을 잘 살리고 최소한의 기능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하려면 규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무너지고 깨어지고 상처 입은 사람과 공동체의 모습을 잘 보시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규칙이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은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자의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 은혜인가? 규칙인가?의 논쟁을 의미가 없습니니다. 은혜와 규칙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은혜받은 자는 삶의 규범을 잘 지키며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에 이러한 열매가 균형있게 세워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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