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음악을 듣는 행복

새벽지기1 2016. 10. 8. 07:54


내가 인생에서 발견한 최고의 축복은 음악과 책이다. 음악과 책은 인류가 남긴 유산 중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유산, 가장 복된 유산이다. 특히 음악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요 최고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버금가는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수 있는 것도 책과 음악 덕분이고, 내가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책과 음악 덕분이다. 

 

음악과 신학에 정통한 도미니꼬 수도회 신부인 레기날드 링엔바흐(Reginald Ringenbach)는 <하나님은 음악이시다>는 책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하나님은 음악이시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은 신학자나 신비의 영성가가 아닌 모차르트라고 말했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인 칼 바르트(Karl Barth)는 <모차르트에 관한 고백>에서 “축음기의 발명 덕분에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매일 아침 우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은 다음, 그날 신문 기사에 관한 이야기는 회피한 채, 곧장 교의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에서도 “나도 당신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나의 귀와 가슴은 신선한 기쁨으로 충만해집니다. … 이것들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도 그 완벽한 감동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나는 천사들이 하나님의 존전에서 시중들 때에 바흐만을 연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바는 천사들이 저희들끼리 있을 때에는 모차르트를 연주한다는 것이고, 사랑의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기꺼이 들으신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놀랍다. 하나님께서 음악을 들으실 것이라는 상상. 나는 이 상상이 근거 없는 망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나님은 음악이시며 또한 음악을 매우 즐기시는 분이실 테니까. 바르트는 이런 고백도 했다. “만약 내가 장차 천국에 간다면 우선 모차르트를 만나 안부를 묻고 싶고 그 다음에 비로소 어거스틴, 토마스, 루터, 칼빈, 슐라이에르마허의 안부를 묻고 싶다.”

 

사실 나는 매우 단출한 살림살이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장롱 한 짝과 책상이 전부인 단칸 살림으로 시작했다. 그 후 방 하나가 더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장만한 것이 오디오였다. 그때는 가난한 신학생 시절이었던 데다, 빚을 내 뭔가를 장만한다는 것은 경제생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살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시절에 70만원이라는 거금(25년 전 내 능력으로는 거금이었음)을 빚내 오디오를 장만했다. 하루라도 빨리 음악을 맘껏 듣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서 저지른 사고였다. 음악을 듣는 것이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했기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 후 지금까지 나는 음반을 사는데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 오디오를 바꾸는 데에도 그만한 돈을 지불했다. 물론 나는 음악과 책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별로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매우 감사하고 있다. 인류 최고의 유산을 향유하는데 돈을 지불하며 산다는 것에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나는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하나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리지만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해 수많은 작곡가들과 연주가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린다. 레기날드 링엔바흐가 말한 대로 하나님이 음악이시라는 게 너무 놀랍고 황홀하다. 음악이신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보라. 세상은 단지 물질 덩어리가 아니다. 세상은 리듬으로 가득하다. 음악으로 충만하다. 음악이신 하나님은 세상을 음악이게 하셨다.

리듬이 없는 세상,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리듬과 음악이 없는 삶은 창이 없는 빌딩과 같아서 이내 곧 질식해 죽거나 아니면 미쳐버릴 것이다. 사실이다. 세상의 어떤 감격과 기쁨도 음악이 선사하는 감동보다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동은 없다. 음악보다 더 깊이 영혼을 울리는 감동은 없다.

 

20대 후반의 일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재촉하던 발걸음을 더 이상 뗄 수 없게 만든 것이 있었다.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선율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아니, 음악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음악을 다 듣고서야 음악으로부터 놓여 길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음악이 생각났다. 기쁨이 배가되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대한항공 광고 음악을 많이 들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흐른 후, 더 이상 그 음악이 광고 음악으로 나오지 않을 때였는데 불현듯 그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제목도 모르고, 노래하는 사람도 알 수가 없으니 들을 수 있는 길이 막연했다.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했다. 오래 전에 광고 음악으로 사용했던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알 수 있겠느냐고. 다행히 전화를 받는 분이 수소문을 하더니  “Welcome to my world”라고 알려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뛸 듯이 기뻤다. 곧바로 그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 그룹의 노래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나는 음악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사랑한다. 음악으로 가득한 세상을 사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어제도 음반과 책을 주문했다. 매번 그렇지만, 음반과 책을 주문할 때면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음악을 들을 기대에 부풀어 목을 빼고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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