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기보다는 오히려 마귀의 형상이라고 했다. 그는 타락한 인간에게도 하나님의 형상이 남아있기에 자유의지가 있다는 중세 인문주의자들의 견해를 반박하면서 이렇게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개혁신학자들은 비록 인간이 내용적인 면에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상실했지만 형식적인 면에서는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부르기를 원한다. 본인의 입장도 그렇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패한 인간은 마귀의 형상이라는 루터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나타나는 나이든 이들의 소름끼칠 정도로 추한 모습은 늙수그레한 마귀의 형상 그 자체를 목도하는 듯하다. 그들에게서 하나님 형상의 흔적이라곤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어찌하여 존귀한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괴물로 둔갑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요즘 사람들이 사람 되기를 포기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얼마나 추해지는지 모른다.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조차 모르니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범죄한 아담도 부끄러움은 느꼈는데 이마저 감지하지 못한다면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마귀화가 진행되고 있는 증거이다.
나이든 이들에게 나타나는 마귀화 현상은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고 몰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서운 재앙의 징조이다. 인간의 타락이 극에 달하면 인격의 추함과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분별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나이든 이들이 젊은 세대의 귀감이 된다. 그런데 이 사회의 비극은 존경받을만한 어른, 아름답게 늙는 이들이 희귀하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인간은 그동안 쌓인 인덕과 지혜와 너그러움과 온유함으로 고매한 인격의 꽃을 마지막으로 피우고 지는 인생이 되어야한다. 그런 백발은 가정과 공동체와 교회와 사회를 빛나게 하는 면류관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 평생 자신 안에 축적된 악과 부패함과 어리석음과 완고함의 극치를 드러내는 늙은이들은 이 사회에 가장 혐오스러운 독충 같은 존재들이다.
나이 먹는 것이 무섭다. 곱게 늙는 것이 말같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인생의 노년은 젊은 날 자신의 인격에 뿌린 씨를 거두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별로 축적된 것이 없는데 나이 값 하려니 무척 힘들다. 하여 조금이라도 젊어서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젊은 분들에게 간곡히 조언하고 싶다.
못난 기성세대를 욕하고 비판하다가 자신도 그런 모습으로 점차 변해가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앞 세대의 추한 모습을 보며 경악하되 그 충격과 분노를 먼저 자신을 개혁하는 의지와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 젊은 날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자신도 새로운 젊은 세대에게 평가받는 노년이 곧 오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추해지지 않고 더욱 아름답게 하소서. 이것이 우리의 소원이며 기도여야 하리라.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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