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미국의 미래교회학자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교회를 네 종류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선교형 교회(Missionary Church)이다. 선교적 소명에 충실한 교회로서 모든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선교사적 삶을 산다. 두 번째는 사역형(Ministry Church)이다. 많은 사역이 있는 교회이다. 연약한 자를 돕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 등을 한다. 세 번째는 유지형(Maintenance Church)이다. 이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네 번째는 박물관 교회(Museum Church)이다. 역사책에만 등장하는 교회이다. 개척될 당시 선교형 교회로서 시작된 교회가 시간이 흐르면서 박물관 교회로 변화되어가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유럽과 북미 교회들의 역사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막 2:22)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적용해야 한다. 예수님 당시에는 포도주를 만들 때 염소가죽으로 만든 가죽부대에 포도 주스를 넣어 발효시켰다. 여기서 새 포도주란 엄밀히 말해 다 만들어진 포도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막 발효시키기 시작한 포도즙을 말하는 것이다.
포도즙이 발효하기 시작하면 그 주스에서 이산화탄소 가스가 나온다. 그 가스가 팽창하면서 가죽부대가 늘어난다. 새 가죽 부대는 신축성과 유연성이 있어서 팽창한다. 그런데 여러 번 쓴 낡은 가죽부대에 포도즙을 넣게 되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해 터진다. 예수님은 새 포도주다. 예수님께서 오심으로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는 마치 새로운 포도주와 같아서 팽창한다. 운동력이 있다. 부글부글 끓어올라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가죽부대를 터지게 할 정도로 힘이 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겪은 많은 어려움은 예수님이 당시 사두개인, 바리새인, 서기관들의 낡은 가죽부대를 찢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식일, 금식, 율법이라는 낡은 가죽을 찢어버리셨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사회운동을 일으켜서 그러한 제도를 뒤바꾸신 것이 아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는 부대에 초점을 두기 쉽다. 가죽 부대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집중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새 포도주’라는 단어에 있다. 예수님 그분 자신이 새 포도주이시다. 그분의 영이신 성령님의 임재가 새 포도주이시다. 성령 안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가 회복되면 우리가 익숙한 옛 가죽부대는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간다.
우리는 새 포도주 되신 예수님의 임재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새 부대가 아니라 새 포도주를 잃어버린 것이다. 만일 새 포도주가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탄력을 가진 새 가죽부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이루지 못하는 제도는 버리고 새로운 제도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교회의 제도와 직분은 그 목적에 맞게 갱신되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 조직과 제도 자체가 예수님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비극이다. 세계 복음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제도화된 교회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고 외치고 있다. 교회를 반대하는 이러한 사람들은 교회의 제도와 하나님 나라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운동력이 살아있다면 그 운동력에 의해 제도와 문화는 늘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많은 교회역사가들은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로서의 운동력을 잃어버린 첫 번째 사건으로 콘스탄틴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제도화된 것을 꼽는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공인됨으로써 더 이상 순교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고난이 필요 없게 되었다.
역사가 흘러가면서 교회는 제도화된 교회로서 점점 그 운동력을 잃어가고 중세의 암흑시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교회들이 박물관이 되어가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복음의 운동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문화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기 위해 새 포도주 되신 예수님의 임재를 회복하며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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