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 그리고 제사장에 대한 규정은 모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첫 번째 언약"(7절)에 기초한 것이다. 첫 번째 언약은 본질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지은 성전에서, 죄인인 제사장이, 짐승의 피로써, 반복적인 제사를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두 번째 언약"을 주셨다. 그 언약에 대해서는 여러 예언자들이 예언을 했는데, 저자는 예레미야를 통해 주신 예언을 인용한다(8-12절).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나누실 때 이 예언을 언급하셨다. 당신의 피는 새 언약을 체결하기 위해 흘리는 피라는 뜻이었다.
모세를 통해 주신 첫 번째 언약 즉 율법은 인간의 죄성을 전제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그어 주신 것이다. "너희가 죄인인 것을 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지켜라"고 주신 것이 율법이다. 반면, 예수님을 통해 맺으신 두 번째 언약은 인간의 죄성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주신 것이다. "너희가 거듭난다면 이렇게 살게 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첫 번째 언약은 불완전했고, 두 번째 언약은 완전했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언약은 조건적이었다. "너희가 율법을 지키면 내가 복을 주겠다"는 것이 율법의 조건이었다. 반면, 두 번째 언약은 무조건적이다.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사랑하시고 구원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영원하고 완전한 언약은 짐승의 피로 맺을 수가 없었다. 예수님은 당신의 거룩한 보혈로써 영원한 언약을 맺어 주셨다. 이제 그 보혈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의 제사가 필요 없다. 그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하고 완전한 제사가 있기 때문이다.
묵상:
기독교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구약성경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는 항상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구약성경을 배격하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구약성경의 하나님과 신약성경의 하나님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과 심판의 하나님인 반면, 신약의 하나님은 은혜와 구원의 하나님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하나의 극단은 그리스도인들도 구약성경의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레위기 11장의 음식 규정을 지켜야 하고,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통 기독교에서는 두 극단을 모두 배격합니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하나님은 같은 분이라고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빠”라고 부르신 그분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며, 아브라함을 불러 선민의 역사를 시작하신 분이며, 모세에게 율법을 주신 분이고, 예언자들을 통해 메시아가 오실 것을 예언하신 분입니다. 따라서 구약성서는 신약성서의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를 제대로 알지 않고는 신약성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신약성서는 주교재이고 구약성서는 참고서입니다. 우리는 모세를 통해 맺어진 옛 계약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맺어진 새 계약에 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새 언약의 백성인 우리는 옛 언약의 조건으로 주어진 율법을 지킬 의무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모든 율법과 예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통해 참된 안식을 얻었기에 우리는 주일에 모여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구약성서를 읽고 율법을 읽습니다.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위함이고, 이스라엘의 실패를 교훈 삼기 위함입니다.
기도:
오, 주님, 저희를 온전히 거듭나게 하시고, 새 언약의 백성으로서 주님의 은혜 안에 머물러 살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삶을 통해 주님의 은혜가 이웃에게로 흘러가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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