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종교개혁 493주년(5)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22. 05:48

      1만 명이 모이는 교회 한 개 보다 1천 명이 모이는 교회 열 개가 더 낫고, 5백 명 모이는 교회 스무 개가 훨씬 낫다는 어제의 말을 오늘 보충해서 설명해야겠소. 교회의 본질이라는 차원에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걸 피하면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쪽으로 한 마디 해야겠소.

 

     대형교회, 또는 초대형교회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시오. 그것은 상품논리, 또는 경제논리요. 복음이 상품으로 포장되고 있소. 교인들은 예컨대 이마트와 같은 대형쇼핑센터에 가는 심정으로 교회를 가는 거요. 대형쇼핑센터는 편리한 게 많소. 상품 값도 싸고, 구비된 상품도 많소. 운만 좋으면 재고처리 하는 상품을 정말 값싸게 살 수도 있소. 바쁜 세상에서 이렇게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찾지 않을 사람은 없소. 결국 동네의 작은 슈퍼는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고 대형쇼핑센터는 힘을 키우게 되오. 대형교회는 신자들의 종교적 구미에 안성맞춤이오. 온갖 종류의 종교상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놓았소. 그걸 내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소. 그대도 대형매장에서 쇼핑하는 재미에 길들여지듯이 대형교회의 종교상품을 구매하는데 길들여진 것 아니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복음, 또는 신앙을 상품으로 여기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소.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대형교회에 나가는 게 좋소. 프라이버시도 보장되고, 책임감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적당하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만 골라서 택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하겠소. 잊지 마시오. 그런 구조에서 그대는 늘 익명의 고객으로 머물러 있을 거요. 그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대가 상품의 노예가 되는 거요. 주인은 당신을 적당하게 대우하면서 이용하오. 우리가 대형쇼핑센터에서 경험하고 있는 그대로요. 깔끔한 용모의 여성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고객을 붙들어두는 것처럼 말이오. 복음을 그런 정도로 생각한다면 계속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시오.

 

     상품 논리의 속성은 소비요. 그것도 과소비요. 소비자가 왕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것도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상술이오. 교회가 지금 신앙의 과소비에 젖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대형쇼핑센터가 움직이려면 무슨 방법을 쓰던지 고객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처럼, 대형교회가 움직이려면 어쩔 수 없이 신자들의 종교적인 소비욕을 자극해야만 하오. 그대는 소비 지향적 신앙생활이 재미있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찌 그것에 재미를 느끼겠소.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으니 그런 길을 갈 뿐이오. 이것이 좀 답답한 현실이오. (2010년 11월2일, 화, 쾌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