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불레셋 민족은 크레타 섬에서 이주한 해양 민족이 가나안 남서부의 지중해 연안에 세운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레셋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전에 그곳에 살던 다섯 개의 주요 부족 중 하나였습니다. 불레셋은 아래로 이집트와 위로 열강들 사이의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자주 전쟁에 휘말렸고, 그 과정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출애굽 당시에 광야길로 돌아가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름길에 불레셋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정착한 후에 불레셋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두 민족 사이에 자주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로 인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이집트 왕 바로 느고는 예레미야가 예언자로 부름 받은 시기 전후로 불레셋의 다섯 도시 중 하나인 가사를 여러 차례 공격했습니다. 그 시기에 주님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렸습니다(1절). 주님께서는, 불레셋이 멸망하기는 하겠지만 이집트가 아니라 바빌로니아에 의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두로와 시돈에서 불러온 군사들도 바빌로니아 군에 의해 멸절 당할 것입니다. 불레셋은 거인 자손 아낙 족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도 바빌로니아 군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바빌로니아를 통해 불레셋을 심판하기로 정하셨기 때문입니다(2-7절). 주전 604년, 결국 불레셋 족속은 바빌로니아에 의해 지구 상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묵상:
불레셋이 멸망한 후 약 6백 년이 지나,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로 인해 그 이름이 다시 역사에 등장합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유대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나서 유다 백성을 로마 제국의 여러나라로 흩어 버린 후, 그 땅의 이름을 ‘팔레스티나’로 바꾸어 버립니다(주후 136년).
유대인들이 가장 혐오하던 민족의 이름으로 그 땅을 부름으로써 유대인들에게 패배감을 안겨 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로 인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던 이스라엘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불레셋 민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스스로를 불레셋 민족의 후손인 것처럼 여겼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2천 년이 흐른 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제건되었습니다. 세계 여러나라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나라를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복 때처럼 가사 지구를 정복하지 못했고, 그곳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점이 되어 지금도 이스라엘과 자주 분쟁이 일어나곤 합니다. 가사 지구 바깥에서도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레셋과 이스라엘의 역사만큼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선명하게 증명하는 사례가 없을 것입니다. 역사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역사는 위로를 줄 뿐입니다. 희망은 오직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지평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이루기를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들은 오직 하나님께서 주실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소망하고 기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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