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의 영화 《페이지 터너》를 하나님께 드리며
‘신실한 섬김이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피아노 독주회를 할 때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뿐만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부릅니다.
비록 넉넉하지 않은 집안이었지만,
멜라니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유명 음악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입학 시험장에서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이 시험 도중에 팬에게 사인을 해 줍니다.
이에 정신이 산만해진 멜라니는 시험에 떨어집니다.
그리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습니다.
10년이 지났습니다.
멜라니는 아리안의 남편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하고,
이것을 인연으로 아리안의 아들을 돌보는 가정교사로 아리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리안은 멜라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에게 악보 넘기는 일을 부탁합니다.
멜라니는 ‘페이지 터너’의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아리안의 든든한 보조자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의 삶을 망친 아리안에 대한 복수의 시작이었습니다.
아리안은 교통사고 후 신경이 매우 예민해집니다.
그래서 멜라니에게 더욱 의지해서 무대에 서게 됩니다.
아리안이 멜라니를 철저하게 믿고 의지하는 정점에서, 멜라니는 아리안의 무대에 서지 않습니다.
아리안은 연주를 망치게 되고, 가정도 파탄이 나고, 멜라니는 아리안의 곁을 떠납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구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미국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말이 흐르고 있습니다.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
페이지 터너는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되고, 악보를 넘길 때 연주자를 건드리거나 가리면 안 됩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 주어야 하며, 두 장을 넘겨서도 안 되고, 정확하게 한 장을 넘겨 주어야 합니다.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 됩니다.
또한 연주가 끝났을 때, 연주자는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지만, 페이지 터너는 박수를 받지 못합니다.
이렇듯 페이지 터너는 있으나 없는 듯한 존재입니다.
없는 듯한 존재, 그러나 꼭 있어야 되는 존재!
이 세상은 그런 존재가 신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썩혀 한 줌 거름이 된 풀들에게서 더 고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이 이토록 꽃같은 것은, 꽃으로 살다 간 사람보다는, 거름으로 살다 간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아리안은 시험을 보고 있는 멜라니가 그저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보고 있는 멜라니 앞에서 무심하게 팬 사인을 하면서, 그의 꿈을 무너뜨린 냉랭한 권세자였습니다.
세상에는 우뚝 선 나무보다 덤불과 풀이 더 많고, 선장보다는 선원이 더 많고, 고속도로보다는 오솔길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큰 사람보다 작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작은 자들, 병들고 상한 자들, 심지어는 죄인들까지도 가까이 올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
주님의 그 사랑을 받았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모든 세리와 죄인들이 말씀을 들으러 가까이 나아오니” (눅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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