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흔들리는 풀잎이
내게 시 한 구절을 준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우리들 때문이에요, 하고
풀잎들은
그 푸른 빛을 다해 흔들림을 다해
광채나는 목소리를 뿜어 올린다
내 눈을 두 방울 큰 이슬로 만든다.”
정현종 님의 시 ‘광채나는 목소리로 풀잎은’입니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철인(哲人)들의 고매함 때문이 아니라,
여린 풀잎들이 그 푸른 빛을 다하고, 흔들림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질서 있게 유영하는 것은,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거인(巨人) 아틀라스의 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고 여린 풀잎같은 당신이 이름 없고 빛도 없는 곳에서 쏟고 있는 사랑의 섬김 때문입니다.
시인 안도현님의 시 ‘외로울 땐 외로워하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여름날 산과 들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게 되는 까닭은
아주 작은 풀잎 하나,아주 작은 나뭇잎 한 장이 푸르름을 손 안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날 눈 덮인 들판이 따뜻한 이불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눈송이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조화롭게 이루고 있는 것은 거창하게 큰 것들이 아니라,
한 포기 풀,한 그루 나무,한 마리 새같이 작은 것들입니다.
이 작은 것들은 고요한 듯 뜨겁고, 머문 듯 흐르고, 곧은 듯 부드러우며 여린 듯 강합니다.
바울 사도가 위대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었던 큰 힘은, 바울 곁에 있었던 작은 동역자들 때문입니다.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에게 문안하라. 내 친척이요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하라.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 또 주 안에서 내 사랑하는 암블리아에게 문안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동역자인 우르바노와 나의 사랑하는 스다구에게 문안하라”(롬16:6~9).
이 들 중에는 단 한 줄만, 아니 한 번만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은 풀잎 같은 이들이 곁에 있었기에,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되어 갔습니다.
흔들리는 풀잎이 시 한 구절을 줍니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우리들 때문이에요,
풀잎들은 그 푸른 빛을 다해, 흔들림을 다해, 오늘도 하늘과 땅을 받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름도 빛도 없는 곳에서 묵묵히 작은 일에 충성하며,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당신께 감사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영웅이 여러분입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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