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국정 중단을 염려하는 이에게

새벽지기1 2017. 6. 3. 08:11


지금 온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국정 중단의 위기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나 또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목사로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염려하고 있다.

시중에는 두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목소리와 ‘국정 중단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 나는 ‘대통령 하야’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0월 27일(첫 번째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틀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결단하라고,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반납하라고 요청하는 편지글을 썼다.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광장에 나가 20만 민중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이유는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분노하며 허탈해하는 것 또한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비리 때문만은 아니다. “이게 나라냐”는 성난 외침이 말해주듯 대통령 스스로가 국정을 최순실 놀음의 통로로 만들었고, 민주공화국이라는 지엄한 원칙을 짓밟았으며, 권력을 사유화하는 불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두 번의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낯 두꺼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 하야’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국정 중단’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매우 강하다. 대통령이 하야를 하면 국정이 중단되는 대혼란에 직면하게 되고, 남북관계나 경제 상황이 어려운 지금 정치적으로 시계 제로의 상태에 빠질 게 빤하다며 ‘대통령 하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 중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고, 총리로 지명 받은 김병준 씨도 국정 중단을 막기 위해 총리 지명을 받았다고 강변했다.

충분히 이해된다. 권력이 진공 상태가 되면 온갖 떼거지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야합할 수 있고, 정당마다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를 수 있다. 국회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조정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할 수 있고, 공무원들은 어디에 줄서야 출세하는지를 살피느라 국가 살림을 외면할 수 있다. 국가안보와 외교도 흔들릴 수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 또한 졸속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충분한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능력과 자질이 안 되는 대통령을 뽑는 치명적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염려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옳다. 대통령 하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일이요, 수습해야 할 일이 많은 복잡한 일이다. 하지만 국정중단을 염려를 하는 분들에게 다음 네 가지를 꼭 말씀드리고 싶다.

 

1. 우리나라가 붙잡아야 할 최고의 가치,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최우선의 국정과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 1항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나라이고, 국민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풍성케 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국정과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그런 자질과 능력이 원천적으로 없다. 지금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도 최순실 비리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대접받는 제국의 공주였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녀는 주체적인 사고 역량이 부족하다. 나라살림은커녕 자기 존재조차도 감당키 어려운 병든 영혼이다. 그런 사람에게 막중한 국정을 계속 맡긴다는 것은 너무 무정한 일이요 무책임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붙잡아야 할 최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방조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속히 그녀를 대통령 자리에서 퇴진시켜 국정의 짐에서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그녀를 위하는 인간적 도리요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위하는 국민적 책무다.

 

2. 국정 중단은 대통령의 하야로 야기되는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국정은 이미 농락당했다. 지난 4년 여간 국정의 외형은 유지됐는지 모르나 국정의 뿌리와 내용은 중단됐다. 아니, 국정이 퇴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챙기는 포즈는 취했지만 국정을 챙기지는 않았으니까.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춤을 췄을 뿐이니까.

하여, 나는 대통령의 하야가 국정 중단을 불러온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중단의 몸통이요 근본 내용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하야가 국정 중단이기보다는 오히려 국정 회복의 단초라고 봐야 한다. 솔직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정 중단을 염려할 계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국정 중단을 끝장낼 때다. 누군가 조소했듯 배터리도 5% 남으면 교체하는데 대통령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혹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 4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간의 국정농단에 방전된 대한민국, 대통령 지지도가 5%밖에 남지 않은 대한민국을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3. 지금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으로 인해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있고, 대통령일 수 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모셔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나의 경우 자괴감에 시달릴 일은 없고 모욕감만 견뎌내고 있는데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힘들다. 더욱이 자괴감과 모욕감에만 시달리는 게 아니다.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뉴스에 충격, 분노, 허탈, 부끄러움, 불신, 의욕상실 등의 감정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세월호 때와 같은 마음의 상흔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다.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 근원적 손실이다. 심히 부끄러운 역사의 수치요 국민적 상처다.

이 국가적 손실, 역사적 수치, 국민적 상처를 어찌할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수많은 정책 전문가들과 정치 비평가들은 정치적  경제적  법적인 문제들만 말하고, 대다수 정치인들은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에 바쁘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내적 상처와 근원적 손실에 대해 말하는 자가 거의 없지 않은가. 나는 이런 현실 인식에 저항한다.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비루하고 천박한 현실 인식에 저항한다. 지금 남녀노소가 광장에 나가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촛불을 밝히는 것은 바로 견디기 힘든 모욕감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4.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의 난국을 해쳐나갈 지혜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능력이나 자질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잘못을 범하기는 했지만 국난의 위기 때마다 빼어난 판단과 인내를 거듭해온 유전자가 국민 속에 있다. 때문에 나는 현재의 난국 또한 충분히 해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온 국민이 두 눈 뜨고 저항하며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라 믿는다. 국정 중단의 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 믿는다. 나는 정치인들보다 더 지혜롭고 나라를 깊이 걱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신뢰한다.

 

그러므로 국정 중단을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 대통령 하야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라. 대통령의 하야를 가볍게 보아서이거나, 국정 혼란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지금 온 국민은 마땅히 국정 중단 사태를 염려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지혜와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국정 중단을 염려한 나머지 대통령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거국내각 구성이라는 꼼수로 위기를 돌파하게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작은 것을 잃지 않기 위해 큰 것을 놓치고, 일시적인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근원적인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지금의 난국을 푸는 정공법은 오직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이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의 힘으로 회수하는 것만이 지금의 난국을 푸는 최선의 대안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길이다.

 

다시 말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 비리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국기를 흔든 사건이다. 대통령 자신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농단을 지시하고 방조한 사건이다.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능멸한 사건이다. 국민과 국가를 모욕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다른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하야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므로 국정 중단 사태를 염려하되 염려에 갇혀 있지는 말자. 국정 중단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도 말자. 대통령에 의해 국정이 중단된 초유의 사태, 대통령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한 작금의 현실에 겁내지도 말자. 오히려 용기를 내자. 그리고 두 눈 부릅뜨고 대통령을 소환하자. 우리가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회수하자. 무능하고 무례한 대통령에 의해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하고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다시 쌓자. 함께 광장으로 나가 국민이 살아있음을 똑똑히 보여주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보여주자.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은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 땅을 이어갈 후손에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대통령이 백성을 섬기는 나라, 갑의 횡포가 없는 나라, 정의가 강 같이 흐르는 나라, 자유의 노래가 널리 울려 퍼지는 나라를 물려주는 길이다. 나는 그런 나라를 세우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곧 하나님의 일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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