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메르스 정보 공개의 중요성

새벽지기1 2017. 3. 7. 10:55


요즘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일파만파로 확산돼 국민의 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수 천 개의 학교가 휴업을 하고, 경제에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초동대처의 안이함과 뒷북 행정,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그중에도 정보의 차단이 메르스 확산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내 경우를 통해 확인해보자.

나는 간이식 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삼성병원에 2개월마다 정기적인 외래를 다니고 있다.

매번 혈액 검사를 통해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B형 간염 항체를 주사한 후 면역 억제제 약을 처방받는 것이 외래의 일과다. 6개월을 주기로 X-RAY, 초음파, 컴퓨터촬영도 한다.

지난 4월 하순에 외래를 갔을 때는 X-RAY와 복부 컴퓨터촬영(CT)까지 함께 했다.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컴퓨터촬영 결과도 좋고,

혈액 검사 결과도 황달 수치가 좀 높게 나온 것 외에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좀 뜨악했다. 황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게 약간 걸렸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1주일 쯤 지난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CT 판독 전문가의 판독 결과 간에서 9㎜ 정도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나쁜 건 아닌 것 같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MRI를 찍어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두 말 없이 동의했고, 다음 외래 날짜인 6월 22일 새벽에 촬영 예약을 잡았다.

 

사실 얼마 전부터 몸 컨디션이 이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전과 다른 건 분명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화요일 하루 종일 몸이 피곤했다. 밤에는 배 오른쪽에 통증까지 왔다.

왼쪽으로 누우면 좀 괜찮았지만 오른쪽으로 누우면 간 쪽이 묵직하게 아플 뿐 아니라

하나의 선이 끌어당기는 통증이 있었다.

이전에도 한 두 번씩 잠간 그런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계속되었던 적은 없었기에 신경이 쓰였다.

아침에 일어나 걷는데도 증상이 계속됐다.

혹 담도가 막힌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증상이 악화되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졌다.

출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응급실로 달려가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휴대폰을 옆에 놓고 있으라’는

말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아내가 하루 종일 불안해할 것 같아서 그만뒀다.

 

다행히 낮에 큰 어려움 없이 지냈다. 그날 밤 수요 기도회도 별 무리 없이 마쳤다.

그런데 잠자리에 누우니 어제와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났다. 아니, 약간 더 심했다.

순간 6월 22일까지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아침 일찍 삼성병원 담당 간호사에게 전화했다.

간호사는 전화를 받자 대뜸, 메르스 때문에 연기하려고 전화했죠? 라고 했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MRI촬영을 당겨야겠다고 부탁했더니 곧바로 다음 날 오전 9시30분으로 예약해줬다.

아마 매르스 때문에 예약자가 취소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설교 준비를 했다.

밤늦게까지 설교 준비를 하고는 노트북을 끄기 전에 뉴스를 보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관련 뉴스가 떴다.

서울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의사 포함 3명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의사는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것이었다.

순간 어떡하나 고민했다. 내일 병원에 가야 하나, 취소해야 하나 판단이 쉽지 않았다.

밤새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MRI를 빨리 찍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메르스의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결국 나는 병원행을 포기하기로 하고 또다시 간호사에게 전화해 취소했다.

그리고 하루인가 이틀인가 후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

서울삼성병원이 포함돼 있었다.

 

놀라기도 했고,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지난 목요일(6월 4일) 증상이 악화됐다면 나는 분명히 삼성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리고 목요일 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정보 공개가 없었더라도 금요일 아침에 예정대로 MRI를 찍으러 갔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됐을까?

병원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메르스에 감염되라는 법은 없지만,

자칫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 않은가.

면역력이 약한 나에게는 자칫 치명적일 수도 있는 메르스에.....

 

반대로 처음부터 병원 정보가 공개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당연히 지난 목요일 증상이 악화됐더라도 삼성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MRI를 앞당겨 찍겠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모든 국민이 알아서 감염의 위험을 피하지 않았겠는가?

그랬다면 이처럼 확산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지금 메르스 확진자는 첫 환자를 빼고는 다 정보 공개가 없었기에 엉겁결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으로 감염된 사람들이다.

정부가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사이 메르스 환자는 지금 100여명에 육박하고 있고,

격리자 수는 3천 명에 이르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뉴스를 확인하니 정부는 이제서야 100%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래를 찾기 힘든 상식 밖의 일이다.

 

이래 저래 온 국민의 마음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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