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세대통합 예배와 설교(1)

새벽지기1 2017. 2. 21. 12:21


말씀샘교회는 처음부터 온 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를 드려왔다.

세대별로 나눠 예배드릴 공간이나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세대 간의 갈등과 장벽이 교회 안에서조차 매우 심각하다는 문제의식과

세대별로 따로 예배하는 것보다는 온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것이

신앙의 전승에 더 바람직하고 유익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신앙이란 형성되는 것이지 습득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

즉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비언어적 교육행위들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수학과 역사 지식을 습득하듯이 언어적 교육행위를 통해 습득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었다.

 

사실 신앙교육이 단지 성경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세대 분리를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할 수만 있으면 학교처럼 교회도 학년 별로 나뉘어 교육하고, 세대별로 나뉘어 예배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교육과 지식교육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식교육이 합의된 지식 정보를 전달하고 입력하는 행위라면,

신앙교육은 단지 성경의 정보를 전달하고 입력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눈으로 온 삶을 재해석하는 행위다.

지식교육이 객관적인 지식정보를 취급하는 것이라면,

신앙교육은 객관적인 성경정보를 취급하는 걸 넘어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하나님나라에 속한 삶의 양식을 체득하는 것이다.

 

신앙의 기본 성격이 이러하기 때문에 신앙교육은 성경정보를 전달하는 언어적 교육행위보다도

교회의 일상에서 보고 듣는 비언어적 교육행위를 통해 계승되고 전달되는 면이 더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의 태도와 예배 분위기, 성도들의 작은 몸짓과 표정,

교회와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든 것들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

분반공부 시간을 통해 성경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살아 있는 신앙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온 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를 선택했다.

[세대 분리를 넘어 세대통합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온 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를 드려왔다.

 

그런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정제되고 절제된 예배를 드리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으나

그보다는 설교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설교는 개신교 예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내 설교를 어려워한다.

내가 고유하게 사용하는 낱말부터 설교 내용까지 다 어려워한다.

설교 주제 또한 아이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어 힘겨워한다.

자고로 10대와 20대에 들어야 할 메시지가 있고, 40대와 50대에 들어야 할 메시지가 있는 것이니 만큼 

아이들이 들어야 할 메시지와 거리가 있는 내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건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이 문제로 고민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을 찾아봐도 뾰족한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

매주일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더해갈 뿐 이것이다 할 만한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이해될 날이 오리라는 기대,

지금 이 말씀들이 아이들의 신앙 여정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거라는 믿음은 있으나

이것을 방책이라고 내놓을 수는 없는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아이들도 엄연한 예배의 주체이니까.

주일공동예배를 통해 말씀의 젖을 맛있게 충분히 먹어야 하는 하나님의 자녀이니까.

아이들이 먹기에 너무 딱딱한 말씀은 아이들의 영적 성장에 결코 유익하지 못하니까.

결국 이 문제는 설교자의 문제로 귀착된다. 설교자인 내가 풀어야 하는 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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