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참을 수 없이 듣기 힘든 설교를 듣고..

새벽지기1 2016. 3. 19. 07:05


년말에 깊이 기도하기 위해 기도원에 왔다. 기도원에 올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이 하루에 여러번 열리는 집회에서 간혹 설교를 듣는 것이었다. 신학교수의 비평적인 사고와 판단하는 버릇을 내려놓고 말씀에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어떤 설교라도 은혜를 받으려는 겸손한 마음으로 임해도 대부분 은혜받기보다 열받고 나오곤 하였다. 이번에도 별 기대 없이 저녁집회에 참석했지만 견디기가 너무도 힘든 설교를 듣고 나왔다.


집회를 인도하는 목사가 계속 두 손들고 아멘하라고 하며 그런 사람만 넘어져도 세종대왕 옆에 넘어진다고 한다. 그러다가 여기 간첩왔으면 아멘해보라고 하니 누군가 큰 소리로 아멘한다. 이런 슬픈 희극이 없다. 그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 믿음을 입으로 고백하면 그대로 된다고 성경을 인용하여 강조하며 3년 안에 하나님이 자신에게 100억을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입으로 고백하면 그 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믿으면 두 손들고 아멘하라고 하니 사람들이 거의 발광하는 수준으로 열렬하게 아멘을 외치며 환호한다. 그러면서도 그 목사는 자신이 기복신앙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존귀하신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선포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은 기복신앙의 폐해를 알기에 그런 신앙을 심어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노골적인 기복신앙보다 훨씬 더 저급한 메시지이다.


뒤에서 듣다가 일어나서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영혼이 분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제 정신이 박힌 교인이라면 어떻게 이런 독버섯 같은 설교를 참고 들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열광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스피릿을 가진 이들인가. 고요한 중에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 왔는데 마음이 더 심란해지고 한국교회의 영적인 현실에 대한 염려와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린다. 그러나 이런 영혼의 진통 속에서 주님의 엄중하고 긴급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너는 바로 가르쳐 올바른 목사와 교인들을 세우라. 그것이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다.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