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오른편 뺨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6. 2. 7. 05:30

오른편 뺨

 

지난 설교 본문인 마 5:38-48절에는, 설교 중에 말한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적지 않다. 5:38-42절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에 해당되는 경우를 네 개 말한다. 그중의 한 개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노예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인이 화가 나서 노예의 뺨을 친다면 노예가 저항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뺨을 또 대지는 않는다. 이런 특별한 예들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않는 게 훨씬 더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가 있다. 아주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럽거나 악한 대상을 무조건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항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루터가 교황청의 압박에 굴복했다면 종교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루터와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 또는 자신도 잘못 생각하는 건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루터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는 것은 실제로 악에게 저항하지 말라는 뜻이라기보다는 훨씬 큰 투쟁을 위해서 작은 투쟁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바울에게서 본다.  13:1절은 이렇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이 구절을 근거로 정권에 복종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해다. 바울이 말하는 권세는 로마 황제나 총독 등을 정점으로 하는 로마 정치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사회가 안전하게 작동되게 하는 기초 질서를 가리킨다. 교통신호를 지킨다거나 세금을 내는 것 등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인정할 수 없는 정권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해서 시청 직원이나 교통경찰과 싸울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