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부인(2)
교회에서 목사 부인의 위치는 독특하다.
평신도도 아니고, 교역자도 아니고, 집사나 권사도 아니다.
그냥 목사의 부인일 뿐이다.
그 정체성이 애매하다.
목사 부인 행세보다는 그냥 신자로서
신앙생활 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한
국교회 정서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게 일종의 특권으로 작동된다.
목사 부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를 과시할 수 있다.
목사는 괜찮은데 목사 부인 나대는 거 보기 싫어서
교회 가기 싫다고 말하는 신자들이 나올 정도다.
아주 오래 전에 정연희 씨의 <제 8요일>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은 대도시에 있는 중형 교회의 담임 목사다.
그는 성실한 목사로서 목회에도 성공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가 새벽 기도회 후에 실종되었다.
교회에서 야단이 났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목사의 아내도 남편의 행방을 몰랐다.
이 사람은 남 보기에 목회에 성공했지만
정신적으로 목회를 견뎌낼 수 없었다.
친구인 정신과 의사와 상담했다.
친구는 목사의 삶이 갑충과 같다고 진단했다.
종교라는 형식에 갇혀서 내면의 삶이 피폐해져갔다.
목사는 자기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아내에게 몇 번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하는 말이 이렇다.
‘목사님, 요즘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40일 금식 기도 하고 오세요.’
대충 내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목사인 남편보다 아내인 사모의 믿음이 더 좋았다는 말이다.
인간적인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목사 부부의 문제가
한국교회 병폐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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