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바다의 은혜 (막 7:31-37)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2. 11. 07:28

해설:

두로에서의 활동을 마치신 예수님은 그곳을 떠나 시돈으로 가셨다가 데가볼리(요단강 동편에 있던 열 개의 이방 도시들)를 두루 다니시면서 말씀을 전하신다(31절). 데가볼리 지방은 과거에 므낫세 지파가 살던 곳인데, 예수님 당시에는 이방인의 땅이 되었다. “갈릴리 바다에 오셨다”는 말은 갈릴리 호수 동편의 이방인 지역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마가는 치유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32절)을 데려 와 치유해 달라고 청한다. 그는 이방인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 사람을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신다. 치유 이적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 마음이 그분에게는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고, 침을 뱉어서,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33절). 멀리서 말씀 한 마디로도 병을 고치신 분께서 이번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행동을 하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러보시고서 탄식하시고”(34절) “에바다”(아람어로서 “열려라”는 뜻) 하고 말씀 하신다. 그 사람의 고통을 체감하셨기 때문에 터져나온 탄식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린다(35절).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 치유 받은 그 사람도, 그 사실을 안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36절).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에 놀라면서 그분이 과연 누구인지를 궁금해 했다. 

 

묵상:

예수님은 왜, 이 사람에게,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셨을까요? 다른 이적 이야기에서 보듯, 그분은 말씀 한 마디로도 질병과 장애를 치유하셨습니다. 간혹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사람의 경우,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고 침을 뱉어서 그의 혀에 대신 것은 이례적입니다. 왜 이렇게 하셨는지, 우리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분이 “하늘을 우러러보시고서 탄식하셨다”는 말에 힌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분은, 그 사람이 소리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온 것에 대해 마음 아파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분의 행동은 그 사람의 장애가 그만큼 고질적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한 그분의 안타까움이 그만큼 심했다는 뜻입니다.

 

그분의 탄식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싶습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여 제대로 말할 능력이 없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은 진리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 시대 사람들을 생각하셨을 지 모릅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도무지 깨달음이 없는 제자들을 생각하셨을 것이고, 진리에 귀 기울이기는 커녕 자신을 제거할 구실만을 찾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또한 당신을 따라 다니기는 하지만 진리에는 관심이 없고 이적만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이 패역한 세대가 언제나 깨어나 진리의 말씀을 깨닫게 될지를 생각하며 탄식하셨을 것입니다. 그럴 때에야 그들은 입을 열어 진리를 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에바다!” 하고 말씀하실 때, 그 사람의 귀와 입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귀와 입이 진리에 대해 열리기를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의 귀에 당신의 손가락을 넣어 주십시오. 저희의 혀에 주님의 침을 발라 주십시오. 진리를 듣는 귀를 열 주시고, 그 진리를 따라 말하게 해주십시오. 주님, 거짓된 소리, 허접한 소리, 부정한 소리에 저희의 귀를 닫아 주십시오. 저희 마음에 진리에 대한 열망을 심어 주시고 그 진리를 따라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