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청소를 하며...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13. 06:50

    그대는 집안 청소를 자주 하시오? 그리고 깨끗이 하시오? 나는 청소에 게으르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는데, 대충 하오. 집안이 좀 지저분해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소. 물론 집안을 윤이 나도록 깨끗하게 치우면 기분이 좋긴 하겠지만, 그것도 따지고 별 거 아니오. 깨끗하다거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다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겠소? 지금 우리는 너무 깨끗한 게 오히려 탈인 것 같소. 어느 정도는 흐트러진 공간에서 먼지와 함께 사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오.

 

     내가 오늘 그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배출된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오. 오늘도 집안 청소를 하면서 역시 느낀 거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쓰고 너무 많이 버리면서 살고 있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어제오늘 한 게 아니오. 거실 탁자에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상품 안내 책자가 서너 권이나 나뒹굴고 있었소. 쇼핑몰 회사에게 보낸 거요. 최고급 아트지로 만든 상품 설명서요. 어떤 것은 500 쪽 가까이 되었소. 멋진 모델이 입고 있는 옷부터 전기 가정용품까지 올 칼라로 상품을 설명했소. 매달 배달되는 거요. 겉봉투를 거의 뜯어보지도 않고 재활용 종이 쓰레기로 처리해버리오. 이런 게 우리 집에만 배달되는 거는 아닐 거요. 그것만이 아니오. 세 식구가 사는 집에서 웬 플라스틱 용기와 병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소. 과일 박스를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택배 박스도 계속 나오고 있소. 우리가 패트 병에 든 물을 사 먹어야만 되겠소? 그냥 수돗물이나 그게 불안하면 정수해서 마시면 안 되겠소? 각종 광고 종이가 매일 들어오고 있소. 청소하다보면 그런 것을 처리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하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오. 소비가 곧 인생인 것처럼 생각하며 사는 것 같소. 이렇게 살면서도 망하지 않기를 바라면 고약한 심보가 아니겠소? (2010년 9월30일,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