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선민의 의미(창세기 36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15. 06:43

해설: 

저자는 요셉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에서에 대한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에서는 가나안 여인 둘을 아내로 맞아 들임으로 이삭과 리브가에게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26:34-35). 맏아들의 축복을 도난 당한 후, 부모가 야곱을 하란에 보내어 친족 중에서 아내를 얻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에서는 이스마엘의 딸을 아내로 맏아 들입니다(28:8-9). 이렇게 하여 세 아내를 둔 에서는 여러 자녀를 얻습니다(1-5절). 그는 나중에 에돔의 영토가 된 세일 산으로 이주하여 자리를 잡습니다(6-8절). 

 

저자는 세일에서 에서의 자손들이 어떻게 번성해 갔는지를 족보의 형식을 빌어 소개합니다(9-19절). 족보는 ‘이름으로 된 역사’입니다. 역사를 자세히 기록할 수 없을 때 족보로써 대신합니다. 

 

이어서 저자는 세일 지방에 살던 원주민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합니다(20-30절). 31절부터 43절까지는 에서의 자손들이 에돔이라는 국가를 형성했을 때 그 나라를 다스렸던 왕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울이 이스라엘을 건국하기 전에 에돔이 국가로서 존재했는데, 다윗이 에돔을 정복하여 솔로몬 시대까지 이스라엘의 속국이 됩니다. 솔로몬 이후 남북 왕국으로 분리 되자 에돔은 독립하였고, 그 이후로 이두매로 불리면서 주변 열강들에게 시달리다가 유대 전쟁(주후 66-70년) 중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 유다를 다스렸던 헤롯 안티파테르가 이두매인이었습니다. 그는 로마 황실의 환심을 얻어 유대인의 왕이 되었고, 사대에 걸쳐 유대인들을 다스렸습니다. 야곱의 자손인 유대인들은 에서의 후손이 자신들의 왕이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견뎌야 했습니다. 

 

묵상: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스라엘 민족을 선민으로 택하여 제사장 나라로 삼으셨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이유는 모든 민족에 대한 “복의 근원”(12:2)이 되게 하시려는 데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선민의 역사를 이어간 사람들(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자가 그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기에 자연히 관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 에서 그리고 요셉의 열 한 형제가 그렇습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선민의 역사를 이어가는 중심축에서 벗어났습니다. 

 

선민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저주 받았다는 말도 아니고 하나님의 구원에서 제외 되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한 백성을 선택한 이유는 모든 백성을 구원하기 위함입니다. 선민이 되었다는 말은 하나님의 구원을 독점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만민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에 의해 특별히 선택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스마엘이 선민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에 들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의 구원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에서도 장자권을 잃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구원에서 제외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선민으로서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방 민족들과 통혼 하면서 살아가기를 선택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선택을 존중하시고 그를 축복해 주십니다. 

 

한 사람이 선택되고 다른 사람이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은 구원과 멸망의 문제도 아니고 행복과 불행의 문제도 아닙니다. 선택된 사람의 인물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낫다는 뜻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구원사의 중심축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도 같은 관심을 가지고 돌보시고 인도하시고 축복해 주십니다. 그리고는 결국 세상의 모든 민족이 선민을 통한 구원의 은혜에 들게 하십니다. 그 은혜가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이르렀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새 계약을 통해 새로운 이스라엘이 되었습니다. 지금 내게 이른 믿음은 수천 수만 대를 거슬러 올라가 아브라함에게까지 이릅니다. 그 장구한 역사의 흐름 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하니 전율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