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6.2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7. 07:28

   그대는 어제 투표를 하셨소? 투표한 후보자가 당선이 되었소? 나는 어제 아내, 큰 딸과 함께 점심시간에 맞춰 투표를 하고 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는 거리의 국수집에서 비빔국수를 먹었소. 둘째 딸은 부산에서 부재자 신고를 했는데, 학교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아서 투표를 못했는가 보오. 내가 있는 경북, 대구지역은 온통 한나라 당 텃밭이라오. 그래도 경산 시장은 무소속이 되었고, 시의원에도 무소속이 1등으로 당선되었다오. 전라도나 경상도는 지역정서가 강해서 선거 결과에 별로 큰 신경을 쓸 게 없소이다. 의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거 패배주의가 가득한 곳이오.

 

     서울 시장 결과를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거요. 한명숙 전 총리가 0.6%의 차이로 오세훈 현 시장에게 졌소.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요. 여론조사에서는 큰 차이로 지는 걸로 나왔다 하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몰표로 오세훈 현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이오. 전체 25구 중 17구에서 한명숙이 앞섰고, 이들 세 지역을 포함한 8곳에서 오세훈이 앞섰소. 지난 서울 교육감 선거 때 공정택 후보에게 몰표를 준 지역이라 하오. 똘똘 뭉친 그들의 패거리 의식이 공정택과 오세훈을 지켜냈소. 연장선상에서 이명박을 지켜낸 것이오. 이제야 강남 문제가 무엇인지 실감이 나는 것 같소. ‘사랑의교회’가 서초구에 큰 교회당을 진다고 하지 않소. 거기서 도덕적 주도권을 지켜낸다고 하니 기다려봅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은 노회찬 후보 문제였소. 그가 얻은 3%는 12만 여 표가 되는데, 2만여 표로 떨어진 한명숙 후보가 노회찬에게 간 표의 반만 가져왔어도 넉넉히 당선된다는 계산이 나오오.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 같소.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과 함께 사퇴를 한 심상정처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인 것 같소. 노회찬 후보도 한명숙과 오세훈이 이렇게 박빙의 대결을 펼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거요. 그랬다면 당연히 사퇴했을 거요. 지금 노회찬 후보는 크게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르오. 그렇다고 그를 비판해서는 안 되오. 그가 그렇게 완주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소. 다만 결과론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요. 만약 한명숙 전 총리가 이번에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면, 지금의 선거결과에 의해서 벌어지는 정국의 변화보다 훨씬 강력한 변화가 일어났을 거요.

 

     나는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기를 내심 기대했소. 경기도에서 유시민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 것처럼 말이오. 그 두 사람이 낙선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대신 지방에서 도지사로 당선된 세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소. 강원도의 이광재, 충남의 안희정, 경남의 김두관이오. 한명숙과 유시민도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지만 위의 세 삶도 이에 못지않소. 이들의 당선으로 이제 노무현은 한국 현대 역사에서 다시 인정을 받은 거요.

 

     그대는 내가 너무 정치적으로 치우쳤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를 보인다고 말이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곳 다비아의 칼럼에서 여러 번 썼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소. 그건 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로만 보와 주면 좋겠소. 이번에 노무현과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친숙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내가 지지하게 된 이유는 단지 노무현 때문만이 아니라오. 가장 핵심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반감 때문이오. 4대강, 세종시, 전교조 말살정책을 나는 동의하지 못하오. 어디 그것만이겠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여러 번 글을 썼듯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여러 번 글을 쓸지 모르겠소. 자세한 건 그때로 미룹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민심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 대통령이 포기할 것 같소, 아닐 것 같소. 내기 합시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되었소. 정말 대단한 결과요. 어제 방송 출구조사를 딸과 함께 시청하고 있는데, 춘천에 있는 한 다비안에게서 전화가 왔소이다. 목사님, 나 아무개인데요, 출구 조사에서 내 남편이 크게 앞서는 거로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드립니다, 하는 거요. 이번에 강원도 교육감으로 당선된 민병희 님의 아내로부터 온 전화요. 몇 년 전 당시에는 교육위원이었던 민병희 님의 집에서 하룻밤 자기도 했소. 따지고 보면 민병희 님도 다비안이라고 할 수 있소. 그날 늦은 밤까지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소. 그는 강원도의 전교조 지부장 출신으로 최초의 교육감이 된 분이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로 전교조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소. 한나라당에 속한 어떤 국회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소. 일종의 마녀사냥을 시도한 거요. 이번 선거 결과로 보면 이런 마녀사냥이 더 이상 통하는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적인 성숙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소. 이 대통령 이후로 표면적으로는 이 사회가 2,30년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역시 앞으로 나가고 있었소. 앞으로 대한민국이 더 투명하고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오. 교회가 조금만 도와주면 역사의 진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오히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는 형국이니, 교회에 속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오. 오늘 선거결과를 보고 기분이 좋아 산만하게 글을 썼으니, 크게 탓하지 마시오. 그대가 가까이 있으면 맥주라도 한잔 할 텐데, 아쉽게 되었소. 이제 내일부터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나 잘 해나갑시다. (2010년 6월3일, 목요일, 참 좋은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