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대해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8. 03:53

오늘이 성금요일이라는 사실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한 날이라오. 그대에게 아주 초보적인 질문을 하겠소이다. 예수님이 왜 십자가에 처형당하셨다고 생각하시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우리는 알고 있소.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소이다. 첫째는 십자가 처형이 실제로 인류 구원의 길이었다면 예수님은 왜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것을 피하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을까, 하는 거요. 둘째는 십자가 처형이 일어난 뒤에도 인류가 여전히 구원받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오. 첫째 문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니 접어두고 둘째 문제만 조금 더 설명해 보리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인류 구원의 길이라는 우리의 신앙과 실제로 인류가 구원받지 못했다는 이 현실 사이에 놓인 틈을 보시오. 양자는 각각 옳소. 그러나 서로 결합되면 충돌하오. 우선 예수님의 십자가가 구원의 길이라는 말은 그 십자가 사건에서 죄의 용서가 일어났다는 뜻이라오. 성서는 인간의 죄를 무겁게 다루고 있소. 죄의 결과는 죽음이라오.

 

그리고 죄는 교양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의 차원이라오. 십자가 사건에서 죄의 용서가 일어났다는 말은 오직 그것만이 인간 구원의 길이라는 뜻이라오. 우리는 바로 그 사실에 우리의 운명을 건 사람들이오. 그것을 우리의 실존 전체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삶은 죄와 죽음의 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딜레마라오.

 

우리는 예수님을 믿으므로 구원받았으나 아직 구원받지 못했다는 말이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허무하고 좌절하기도 한다오.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소? 그 대답은 그대가 찾아보도록 하시구려. 나도 잘 모르니.(2010년 4월2일, 금요일, 꽃을 피우기 위해 햇살 가득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