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앞 서 행하시는 하나님(창세기 17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5. 10. 03:45

해설:

16장과 17장 사이에 적어도 13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이스마엘이 태어난 것은 아브람이 85세 때의 일이고, 17장에 기록된 이야기는 그가 99세 때의 일입니다. 성경의 기록들은 자주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때 상당한 시간차를 뛰어 넘곤 합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연속적인 사건으로 읽으면 여러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생깁니다.

 

아브람이 99세 때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당신을 “전능의 하나님”이라고 소개하시면서 당신에게 순종하며 흠 없이 살라고 권면합니다(1절). “전능한 하나님”에 해당하는 원어는 ‘엘 샤다이’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아브람이 두려워 떨자 하나님은 그를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위로하십니다(2-4절). 하나님은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고쳐 주십니다(5절). ‘아브람’은 ‘존귀한 아버지’라는 뜻이고, ‘아브라함’은 ‘많은 사람의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이 번성하여 여러 민족을 이루게 하실 것이며, 가나안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6-8절).

 

그 언약을 주시면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낳은 지 팔일 되는 날에 모든 남자 아이에게 할례를 행하여 하나님의 언약에 속한 백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라고 하십니다(9-11절). 할례는 셈족 계통의 인종들 사이에서 성인식의 한 예식으로 행해졌습니다. 하나님은 그 할례를 낳은 지 팔일 되는 날에 행하라고 하십니다. 종들에게도 행하라고 하십니다(12-13절). 할례를 받은 사람만이 한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하십니다(14절). 할례를 통해 어릴 때부터 자신이 언약 백성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래의 이름도 고쳐 주십니다(15-16절). ‘사래’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반면 ‘사라’는 ‘왕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라가 장차 아들을 낳을 뿐 아니라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그 때 아브라함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있었는데, 사라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말씀에 헛웃음을 터뜨립니다(17절). 그는 “이스마엘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으면서 살기를 바랍니다”(18절)라고 답합니다. 하나님은 사라의 태가 열려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시며, 그의 이름을 이삭이라고 부르라고 말씀하십니다(19절). ‘이삭’은 ‘그가 웃다’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듣고 헛웃음을 웃었지만 아들을 얻고 기쁨에 겨워 웃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마엘의 자손에게도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아들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아들과 “영원한 언약”을 맺으시겠다고 하십니다(20-22절). 하나님께서 떠나가신 후, 아브라함은 자신과 이스마엘 그리고 자기에게 속한 모든 남성 식솔들에게 할례를 행합니다(23절). 

 

묵상: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앞 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분이 아브라함을 하란에서 불러내신 것은 앞 서 행하신 것입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께 그렇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아버지 데라에게 나타나셔서 그 길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집트에 내려갔다가 아내를 바로에게 후궁으로 빼앗겼을 때에 개입하신 것도 하나님이 앞 서 행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많은 자손을 약속하신 것도 하나님께서 앞 서 행하신 것입니다. 

 

나이 99세에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언약을 맺어 주시고 할례를 명하시면서 아들을 약속해 주신 것도 하나님께서 앞 서 행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하자 아브라함은 그럴 것 없다고 사양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이 정하신 일을 하시겠다고 대답하십니다. 아브라함은 아직 하나님께 무엇을 해 달라고 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묵묵히 하루를 살아갑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정하시고 그분이 앞 서 행하십니다. 요구한 적도 없는 일을 약속하시고 그 일을 이루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만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의지하고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십니다. 아니, 그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우리의 꿈과 계획에 그분이 맞추어 주시기를 바라는 데 있습니다. 그분보다 우리가 앞 서 가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정한 대로 그분이 이루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꿈과 계획에 비할 바 없는 좋은 계획을 세우시고 우리보다 앞 서 행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미리 걱정할 일도, 염려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마 6: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매일 우리의 주권을 그분께 내어 드리고 그분의 인도하시는 손길에 예민해지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마 6:33)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분이 그분의 뜻을 우리를 통해 이루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