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잠언 10장: 일과 말의 지혜

새벽지기1 2024. 1. 17. 06:47

해설:

10장부터 22장 16절까지는 솔로몬의 잠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부터는 지혜의 말들이 특별한 주제나 틀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학자들은 저변에 흐르는 주제나 구조가 있는지를 찾아왔지만 아직 뚜렷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마다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없습니다. 솔로몬에게서 시작되어 형성된 지혜의 말들이 모아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10장에는 여러 가지 주제의 잠언이 ‘반의적 병행법’(antithetical parallelism)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문장이 지혜와 어리석음, 의인과 악인, 미덕과 부덕을 대조시켜 보여 줍니다. 10장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없지만,  몇 가지 주제가 반복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반복법‘은 어떤 주제를 강조할 때 사용되는 수사법입니다.

 

첫째, 인간사의 배경에는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다는 사실이 거듭 강조됩니다(3절, 22절, 27절). 지혜를 따르면 복을 누리고 어리석음에 머물러 있으면 불행을 당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지혜를 따라 세상을 지으셨고 지금도 다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 때 ‘이신론자들’(Deists)은, 창조자가 우주에는 자연법칙을 부여하시고 인간에게는 이성을 부여하셔서 스스로 알아서 살게 하시고 손을 떼신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주의 운행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일하셔서 창조 원리가 작동하게 하십니다.   

 

둘째, 바른 언어 생활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집니다. “입”, “입술”, “혀”, “말”이라는 단어가 쏟아져 나옵니다(6절, 8절, 10절, 11절, 13절, 14절, 18절, 19절, 20절, 21절, 31절, 32절).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말을 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어리석음은 마음에 있는 말을 절제없이 내 뱉으며 이웃을 해치는 말을 거침없이 내밷도록 만듭니다.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말을 할 줄 압니다.  그래서 의인의 입술은 많은 사람을 살게 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입은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만듭니다.

 

묵상:

동서양의 모든 종교와 철학은 언어 생활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이유는 먼저, 어떤 말을 하느냐에 의해 말하는 사람이 지배 당하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그 생각이 강화되고 자제하면 그 생각이 약해집니다. 마음 속에서 악한 생각이 일어날 때 욕설을 섞어 표현하면 그 악한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반면, 감사의 마음이 일어날 때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감사의 심정이 더 커집니다. 분노가 속에서 들끓을 때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분노가 더 강렬해집니다. 우리가 입에 올리는 말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고, 생각과 감정은 행동을 지배하고, 그 행동이 결국 인생을 결정합니다. 

 

언어 생활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듣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칼로 낸 상처는 며칠 만에 아물고 그로 인한 고통은 잊힙니다. 하지만 말로 낸 상처는 두고 두고 피를 흘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심을 담아 던진 한 마디가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빛을 던질 수 있습니다. 죽음의 경계선에 밀려 있는 사람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혜를 따라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윗은 “주님, 내 입술 언저리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 앞에는 문지기를 세워 주십시오”(시 141:3)라고 기도했고, 속에서 분노가 들끓을 때 “나의 길을 내가 지켜서, 내 혀로는 죄를 짓지 말아야지. 악한 자가 내 앞에 있는 동안에는, 나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지”(시 39:1) 하고 다집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혀는 불이요, 혀는 불의의 세계입니다”(약 3:6)라고 했습니다. 

 

지혜를 찾는 이들은 말 수를 줄여야 하고, 말을 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는 “이 말은 참말인가?”를 생각해 보고, 둘째는 “이 말은 나에게 혹은 상대방에게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고, 셋째는 “이 말은 친절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바울 사도가 말한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엡 4:15) 거룩한 습관이 형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