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당신의 제자들은?(막 7:5)

새벽지기1 2023. 1. 31. 06:10

'이에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께 묻되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의 전통을 준행하지 아니하고 부정한 손으로 떡을 먹나이까.' (막 7:5)

본문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질문이 “당신의 제자들은?”으로 시작하는 걸 보면 예수님은 장로들의 전통을 지켰다는 뜻일까요? 본문만으로는 그 속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예수님은 제자들과 달리 손을 씻고 밥을 먹었을지도 모르고,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도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손을 씻지 않고 밥을 먹었지만 바리새인들이 감히 예수님에게 직접 시비를 걸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수님은 어쩔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손을 씻지 않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손을 씻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율법과 전통을 파괴하는 분이 아니라 그것의 근본의미를 살리신 분입니다. 손 씻는 전통이 민중들의 삶을 파괴한다면 배척했겠지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바리새인들의 질문이 겉으로는 “당신의 제자들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신은?” 하는 겁니다. 이 질문의 칼날은 예수를 향한 것이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다가 이삭을 잘라먹었을 때도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향해서 “당신의 제자들은?” 왜 그 모양인가 하고 물었는데,(마 12:2) 이 상황도 역시 똑같습니다. 그 당시 유랑 교사였던 예수님은 자기를 추종하는 제자들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겠지요. 그러나 바리새인들의 질문은 그런 책임 추궁이 아니라 훨씬 본질적인 차원인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본문 뒤로 예수님의 논쟁적인 진술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 단서입니다.

 

우리도 바리새인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습니다. 속의 의도를 숨긴 채 말꼬리를 잡기 위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말과 마음이 이중적이라는 건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뜻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진리에 속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진리의 영이신 성령이여, 우리 자신을 말로 포장하지 않게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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